백조와 코로나
백조와 코로나
  • 제주일보
  • 승인 2020.05.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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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오성과 한음에 나오는 일화 중 나오는 한 토막이다. 오성의 첫 부인 안동권씨는 권율의 딸이다. 어린 시절 바로 오성의 옆집에 살았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이다. 이 때문에 권율 장군과의 일화가 유명하다.

오성의 집 감나무 가지가 권율의 집으로 휘어 들어가자 그 집 하인들이 감을 따먹었다. 화가 난 오성이 권율 집으로 뛰어 들어가 방문에 주먹을 찔러 넣고는 “이 주먹이 누구 주먹이냐”고 물었다. 권율이 “너의 주먹이지 누구 주먹이겠냐”고 했다. 그러자 “그럼 감나무 가지의 감은 누구의 감이냐”고 물었다.

더 이상 할 말을 잃은 권율은 오성의 기지를 높이 사서 그를 사위로 삼았다. 오성의 성질도 그렇고 권율의 성질도 그렇다. 권율은 오성의 기질에 고민 끝에 이것저것 알고 알고 싶었다. 오성과 한음에 대해 알게 됐다. 오성의 원래 이름은 이항복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왜군을 물리치는 데 큰 활약을 했으며, 조선 최고의 벼슬인 영의정에 올랐다.

이렇게 오성의 감나무 열매에 대한 일화가 여태까지 전해진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생겨 화제다. 골프장 연못에 날아와 정착한 백조(울음고니)를 두고 한진그룹 측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샤인빌파크CC(18홀)에는 4년 넘게 백조 3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 측은 계열사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동목장(한진그룹 소유)에서 키우던 고니가 날아간 것이라며 최근 경찰관과 함께 골프장을 찾아와 돌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니는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정석기업 고문)가 2005년 해외에서 들여와 제동목장 내부에 있는 총수 일가 전용별장에서 관상용으로 키우던 것이다.

울음고니는 고니 중에서 가장 크며, 매우 긴 목을 가지고 있어 깊은 소리를 낸다. 전신이 회백색으로 부리와 다리는 검다. 샤인빌파크CC 측은 이에 대해 “리버(river)코스에 고니 3마리가 4년 전부터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 처음 3마리이던 게 중간에 2마리가 됐다가 2년 전부터는 다시 3마리가 한 가족처럼 정착해 살면서 골프장 명물이 됐다”며 “골퍼들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을 정도로, 골프장 환경에 동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리버코스에는 물고기와 수생식물이 풍부해 4년 넘게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에는 텃새가 된 청둥오리 4마리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니들은 내장객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인사를 할 정도로 친숙하다”고 말했다. 정이 든 모양이다. 한진 측의 소유권 주장에 대해 “우리가 잡아와 풀어놓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날아와 둥지를 튼 것을 우리가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고니가 한진 소유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말한다.

한편 한진 측은 총수 일가 ‘백조갑질’ 의혹 제기 당시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이 전시관람용으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쳐 백조 암수 한 쌍을 들여왔다”며 “해당 백조는 야생동물보호법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및 (골프장 측의)수출입 허가 대상 야생동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당초 백조는 한국공항이 운영하는 제주민속촌에서 사육했으나 관광객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제동목장으로 옮겨서 사육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 이쯤 되면 주인은 누구일까. 원래 한진측이 사온 백조일까, 아니면 골프장에서 기르는 백조일까. 문제발생은 백조들이 골프장 연못에 산다는 것이다. 결론은 어떻게 하더라도 백조들이 강제로 한진측에 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날개가 있는 백조이다. 오성과 권율이 다시금 생각난다. 살다보면 그런 일이 있을 터이다. 문득 생각난다. 아마도 코로나(복합적인 의미) 때문에 백조들이 온 것 같다. 결론이 기대된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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