功德(공덕)의 평원, 佛心(불심)으로 가득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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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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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최대의 불교국 미얀마를 찾아서(7)
바간에 있는 유적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된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 아난다 파야.
바간에 있는 유적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된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 아난다 파야.

■ 동서남북, 마을 이름으로 구분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중 하나인 바간은 주변에 높은 산이나 동산이 없는 넓은 벌판입니다. 새벽에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어느 파고다(불탑)에 올라서면 동서남북을 알 수가 없답니다. 현지주민에게 동서남북을 물으면 지형 상 북쪽에 낭우, 서쪽에 올드 바간, 남쪽에 민가바와 뉴 바간, 동쪽에 민난투 마을이 형성돼 있어 마을 이름으로 구분한답니다. 

대부분 유적은 올드 바간을 중심으로 몰려 있는데 42㎢의 광활한 평야에 흩어져 있어 걸어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답니다. 가장 쉽게 유적들을 찾아다닐 방법은 택시나 마차 또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를 타는 것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어렵지 않다면 당연히 택시를 타는 것이 좋지만 툭툭이를 타는 것도 아주 즐겁습니다. 

바간 지역의 택시나 툭툭이 기사들은 유명 유적지 코스를 자세히 알고 있어 새벽에 촬영갈 때는 사전 예약을 하면 쉽게 다닐 수 있고 사진 촬영장소를 잘 알고 있는 기사를 만나면 자기가 알고 있는 파고다를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바간에 있는 동안 매일 아침 파고다에 올라 일출의 장관을 촬영할 생각입니다. 오늘도 새벽에 툭툭이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운전사가 우리가 생각했던 파고다를 잘못 알고 돌아다니다 조금 늦게 도착해 여명의 순간이 흐트러졌으나 멀리서 21대의 열기구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가깝게 지나 상상 외의 순간을 촬영할 수가 있었답니다. 이런 우연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툭툭이를 타고 바간의 주요 파고다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그런데 툭툭이 정원이 3명이라 누구와 함께 타느냐가 문제입니다. 촬영하러 다닐 때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다니는 게 좋은데 그렇다고 골라 뽑기도 그렇고 해서 타는 순서대로 출발했습니다. 

■ 바간의 랜드마크 ‘아난다 파야’

파고다가 많이 밀집된 지역에 도착하자 일행들은 각자 시간을 갖고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몇 시간 뒤 만나자고 약속하고 탐방에 나섰습니다. 혼자 유유자적 다니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을 때가 많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면 길을 잃어 애먹을 때도 있고 촬영하다 위험에 처해 곤혹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혼자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아난다 파야 내부에는 동서남북으로 대형 입불상이 모셔져 있다.
아난다 파야 내부에는 동서남북으로 대형 입불상이 모셔져 있다.

크고 작은 파고다를 자세히 보고 또 그 속에 있는 불상들을 살피다 보니 문득 미얀마 유적, 특히 파고다는 이웃 인도의 탑과는 또 다른 아주 독특한 모습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탑 전문가도 아니면서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그동안 서인도, 남인도, 북인도를 다니면서 수많은 인도의 탑을 촬영했고 또 그 탑에 조각된 여러 모양을 기록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미얀마는 인도와 바로 이웃해 있어 혹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했으나 미얀마 불교 유적들, 특히 탑을 쌓아 올린 모습은 아주 다른 형태입니다. 인도의 거대하고 거창한 탑보다는 소박하지만 정교함이 뛰어나고 불상의 표정에서는 미얀마 파고다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적지를 돌아다니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민속축제가 열렸는지 많은 사람이 고유 의상을 입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전통 의상과 소수 민족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 부지런히 행렬을 뒤따라갔답니다. 마치 제주도의 탐라문화제 행렬과 같은 모습인데 이 계절이 관광객이 많을 때라 축제를 벌이는지 카메라를 든 외국인이 많이 보입니다. 여행을 다니다 가끔 생각지도 않은 순간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혼 행렬이나 장례 모습 등은 사진을 찍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축제 행렬을 따라가다 보니 커다란 파고다가 보이고 그 앞으로 많은 차가 세워졌습니다. 바로 아난다 파야로 바간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된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 사원이랍니다. 1975년 지진으로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고 합니다. 

짠시타 왕 시절 8명의 승려가 시주하러 이곳에 들렀는데 그들이 히말라야의 난다무라 동굴사원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은 짠시타 왕은 승려들을 궁전으로 초대했다고 합니다. 짠시타 왕은 평소에 바간 평야 중앙에 멋진 사원을 건축하고 싶은 열망이 있던 터라 난다무라 동굴사원에 큰 관심이 있었답니다. 승려들이 강력한 명상을 통해 난다무라 동굴에 대한 설명을 펼쳐 보여 주자 짠시타 왕은 그것을 모델로 아난다 사원을 세웠답니다. 

1105년에 건설된 아난다 사원은 인도 벵골지방의 사원 양식과 유사한데 사원 입구의 첨탑 장식 때문에 2층으로 보이지만 단층 사원입니다. 내부에는 동서남북 각 방향을 따라 9m의 대형 입불상을 모시고 있는데 가사 자락을 늘어뜨린 입불상은 미얀마에서 흔치 않다고 합니다. 매년 12~1월 사이 아난다 축제가 열릴 때면 1000여 명의 승려가 모여 장관을 이룬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바간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마을 축제가 열렸다.
바간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마을 축제가 열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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