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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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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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31년 전 가난한 광부가정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네쌍둥이 자매, 이 아이들 모두가 간호사가 돼 자기들이 첫 울음을 터트렸던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는 동갑인 어머니와 결혼 5년째인 1988, 둘째가 임신된 것을 알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70만분의 1확률이라는 네쌍둥이라는 확진을 받았다. 월세 2만원 방 한 칸에서 살던 부부에게 동네 병원 측에서는 하나만 낳고 나머지는 포기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부부는 모두 낳기로 하고 어머니의 친정이 있는 인천의 모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출산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졌다. 당황한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권했고 산모는 길병원으로 옮겨졌다. 출산 2시간여 전에 도착했지만 이 곳 의료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아기는 당장 나오게 된 상황, 이 병원의 의사 겸 이사장은 고심 끝에 제왕절개 출산을 결정했다.

1989년 오전 914분 첫째가 세상에 나왔다. 20여 분 만에 나머지 셋이 뒤를 이었다. 이사장은 출산 다음 날 직원들을 통해 산모의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산모와 아기들이 퇴원하게 되자 이사장은 수술비와 인큐베이터 사용 비를 받지 않았다. 대신 네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고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산모에게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게 되면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 뒤 이사장은 바쁘게 지내다보니 이들을 잊고 있었다. 2006년 사진첩을 정리 하던 중 네쌍둥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 때 약속이 떠올라 이들 가족을 수소문 끝에 찾았다. 산모의 집안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어려웠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네명 모두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춰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백의의 천사라는 꿈을 안고 간호과에 지원했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 나중에 간호사가 돼 고마움을 사회에 갚게 하시라는 이사장이 했던 말을 부모님이 가슴에 새겨두었다가 아이들에게 간호과에 가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차 2007년 아이들의 생일을 하루 앞둔 110일 이사장은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해 약속을 지켰다. 학비를 계속 대주기로 한 이사장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주겠다고 했다. 네 자매는 2016년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사장은 네쌍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가 훌륭하다며 약속대로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다.

이사장은 전체 신입사원 환영식에서 네쌍둥이가 다들 꼭 닮아서 모르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병동을 다니면서 환자를 보는 줄 알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환영식을 마쳤다. 보은과 은혜의 훈훈한 감동, 이 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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