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와 인도, 아! 노이다
카레와 인도, 아! 노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2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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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좀 보내드릴까요.”(싱)
“지난 번에 사 온 것 있어요.”(필자)
​지난 3월 초 국내 코로나19 확진이 조금씩 늘어날 때 인도 델리에 있는 싱씨(Singh·34)와 나눈 문자 ​메시지다. 싱씨는 델리대 출신의 엘리트로 인도 순례 때마다 기관 방문과 행사 등 안내를 맡아 친분이 있다.
그는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해 대화나 메시지 교환이 가능하다. 어느 뉴스를 봤는지 모르나 바이러스 예방에 ‘카레’가 좋다 해 필자에게 알려온 것인데 그냥 웃어넘겼다.
‘인도인은 어쨌든 카레를 먹는다’는 이미지가 뿌리 깊다. 카레는 고기나 야채 중에 한 가지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싱은 나에게 “인도는 기온이 높아 코로나가 침투하지 못 한다”고 자랑(?)했다. 여름이 오면 사라질 것이라고들 말한다. 인도 북부지역의 기온을 보면 3월 섭씨 30도, 4월 36도, 5월은 40도이니 인도인들이 그렇게 믿는 것 자체가 의학적인지 모르겠다.
지난달 28일 인도의 코로나 확진자는 640명, 사망자는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씨로부터 ‘카레’나 기온 얘기는 사라졌다.
오는 6~7월 종친회에서 단체로 ‘허왕후 기념공원’ 준공식에 참가하기 위한 인도 방문은 어려울 것 같다.
인도 중앙정부의 라렌드라 모디총리는 방송에 나와 “모두 집에 머물러주세요”라고 말했다. 뉴스에서 몽둥이를 든 군인들이 길거리에 나온 시민을 때리는 광경을 보면서 세계 인구 2위(13억8000), 면적 제7위(한반도의 15배)의 인도가 멈췄으니 남의 일이 아니다. 모디 인도 총리의 극단적인 처방은 높은 인구밀도, 취약한 의료시스템, 위생 관념이 약한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다. 봉쇄령으로 인해 인도 국내·외 항공편 모두 중단됐다.
인도 고위인사에게 국제 우편물을 보내려 우체국에 갔으나 ‘인도는 중단 상태’라는 안내문을 보고 돌아왔다.
인도에는 28개 주(州)와 8곳의 연방 직할지가 있다. 우리 시·군·구와 비슷한 지구는 548개가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미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으로 꼽히는 인도에 코로나 사태가 번져 삼성, 현대차, LG공장 ‘셧다운’ 등이 지난달 24일 전후로 보도된 주요 뉴스다.
인도 북부 노이다에 삼성전자, LG전자, 남부지역 첸나이에는 현대기아차, 현대제철이 있다.
필자는 이 시간 노이다를 회상한다.  델리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노이다는 200여 개 마을을 이주시켜 건설한 녹색도시에 세계적인 공장을 유치한 복합도시산업공단이다.
그곳에 우리의 LG전자가 1996년에 입주했다. 냉장고, 에어컨, 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을 생산한다.
20년 전 인도 지방정부의 안내로 그곳을 시찰했다. 임직원 3400명 가운데 99%가 현지 채용이다. 대학졸업생들이 ‘꿈의 직장’으로 알려졌다는 설명에 흐뭇했다. 2018년 7월 9일 확대 준공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모바일 공장으로 연산(年産) 1억2000만 대를 생산한다. 이날 준공식에 국빈 문재인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같이 전철로 노이다를 방문했다.
이번 인도 정부의 ‘봉쇄령’은 짧은 기간이고 모디 총리는 “앞으로 21일 동안 집을 떠날 생각은 말라”며 봉쇄령을 따르지 않으면 당신의 가족은 21년 동안 시련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영원히 슬픔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인도는 우리에게 ‘신 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다. 인도의 첨단과학기술, 광대한 소비시장에 한국의 응용기술과 경험, 자본이 결합하면 호혜적인 경제협력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가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고 국경 통제가 해제되면서 지구촌이 하나가 되기를 염원한다.
인도간디국제공항을 나온 후 삼성·현대·LG 대형 광고판을 보면서 인도의 상징 노이다 공단을 다시 찾아 가동 중인 한국의 전자공장을 보고 싶다. 델리 싱과 함께 인도 카레와 탄두리(밀가루 떡)도 먹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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