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존재하는 일본식 전통 문 ‘도리이’
제주에 존재하는 일본식 전통 문 ‘도리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23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리이고(鳥居考)’(內外出版·1943)

저자 헌병 준위 출신 츠무라 이사무
전국 신사 도리이 답사 후 정돈 출판
금릉 솟대 등 도리이 기원 언급 눈길
도리이고(鳥居考)(內外出版·1943) 표지.
도리이고(鳥居考)(內外出版·1943) 표지.

지난해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본 출장을 못 갔다. 필요한 자료는 자꾸 나오는데 직접 보고 구해 올 수 없으니 마음이 답답했다. 고심 끝에 도쿄에 사는 친구에게 민폐를 끼치기로 했다. 잡다한 것들을 대신 응찰하고 입금을 하고 집으로 배송 받는 일이 무척 번거로운 일인 것을 잘 알면서도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조만간 출장을 가면 직접 받아올 생각이었지만 올해 들어서 그 놈의 코로나19가 말썽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사정은 점점 어려워져서 사람은 오도 가도 못 하니 한 번 더 번거로움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주머니 사정이 변변치 못 해 도착하는 데 2~3주가 걸린다는 선편으로 부탁했다. 그 코로나 때문에 평소보다 더 늦을 거라는 전언이었다.

오매불망 기다린 끝에 엊그제 그 잡다한 놈들이 도착했다. 케케묵은 것들이라 잡다한 놈들이라 했지만 내겐 다 소중하고 귀한 놈들이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바로 도리이고(鳥居考)’(內外出版·1943). 일본 신사(神社)의 경내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게 도리이(鳥居).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2개의 기둥 위에 가로로 들보 2개가 놓여있는 돌이나 나무로 만든 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츠무라 이사무(津村 勇 1884~?)는 오사카헌병강습소를 수료한 헌병 준위(准尉) 출신이다. 19194월에는 제암리 학살사건과 관련해 중근신(重謹愼) 5일의 처분을 받기도 한 그는 조선총독부 촉탁(囑託)으로 활동사진 관련 업무를 보다가 나중에는 조선문화영화협회장(朝鮮文化映畫協會長)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전국 200여 곳의 신사에 있는 도리이를 답사하고 정돈해서 출판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도리이의 유래와 구조, 그 다양한 모습과 신앙, 관련 이야기 및 참고문헌 등 전 6편 총 136항목으로 구성됐다. 주로 일본의 신사와 관련된 내용이지만 조선 특히 제주도에 있는 도리이 관련 자료와 사진이 많이 수록돼 있어 주목된다.

먼저 도리이의 기원을 탐구하는 글에서는 조선의 서낭(城隍)과 함께 수살간(水殺竿)을 소개하면서 제주도 금릉리에 있는 솟대와 서귀면 토평리에 있는 솔대(射竹)를 언급했다.

도리이고(鳥居考)(內外出版·1943)에 수록된 도리이와 유사한 제주도 애월면 금성리 충효 비각과 홍살문.
도리이고(鳥居考)(內外出版·1943)에 수록된 도리이와 유사한 제주도 애월면 금성리 충효 비각과 홍살문.

도리이와 유사한 것으로 조선의 홍살문(紅箭門)을 설명하면서 제주에 있는 삼성혈, 제주문묘(文廟), 애월읍 금성리 충효 비각 등에 있는 홍문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1935년 박종실(朴宗實홍창현(洪昌鉉) 등 제주 유지 4명이 1000원을 헌납한 사실과 석조 편액을 제주신사(濟州神社)’로 만든 이유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한림읍 옹포리 청년들이 1936년 봄 콘크리트(混凝土)로 도리이를 세웠고 신사 건물은 없지만 현무암을 쌓아 만든 제단을 설치해서 연 2회 포제라는 농민제를 지낸다고 전하고 조선의 색채가 짙은 농민제에 도리이를 세웠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주도 한림읍 옹포리 제단에 세워진 도리이(鳥居).
제주도 한림읍 옹포리 제단에 세워진 도리이(鳥居).

우리에겐 너무나 불편한 게 신사이고 그 신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게 도리이다 보니 그 역시 편치 않다. 우리에겐 불편함의 상징이지만 그들에게는 신성함의 상징인 도리이.

불편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그 때 그 시절을 살았던 우리네 모습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궁금하신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