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팔리고, 임대료 밀리고…제주 숙박업 ‘벼랑 끝’
헐값에 팔리고, 임대료 밀리고…제주 숙박업 ‘벼랑 끝’
  • 문유미 기자
  • 승인 2020.04.2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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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도내 숙박시설 매매거래 급증
시세는 절반 ‘뚝’…급매 등 저가 매물 늘어
일부 호텔 임대료 연체 등 경영난 악화일로

코로나19 사태로 제주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급매 등으로 저가에 사고팔리는 숙박시설이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임대료마저 밀리는 등 도내 숙박업계가 ‘벼랑 끝’ 위기에 몰려 있다.

21일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주지역의 숙박시설 매매거래량은 124건으로, 전년 동분기(57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거래된 도내 숙박시설의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810만원으로, 전년 동기(1466만원) 대비 44.7%나 급락했다.

도내 숙박시설 매매거래는 크게 늘었지만 시세는 1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으로, 급매 등으로 저가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제주지역 숙박업계는 객실 과잉 공급과 불법 운영업체 난립, 출혈 경쟁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 수요마저 격감한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일부 중소 숙박업체를 중심으로 운영을 포기하고 급히 매각에 나서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내 일부 호텔의 경우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 하는가 하면 분양형 호텔 객실이 저가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제주시내 A 대형호텔의 경우 호텔 운영법인이 월 2억여 원의 임대료를 수개월째 내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00개 이상의 객실을 갖췄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 수요까지 말라붙으면서 제대로 된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형 호텔인 서귀포시 소재 B 호텔은 지난달 말 객실이 분양가에서 4500만원가량 낮춘 1억1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호텔은 운영사가 수분양자에게 매달 3.1%의 수익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애초 약정한 수익률을 밑돈다.

상가정보연구소 관계자는 “제주지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숙박시설 운영 상황이 워낙 힘들다 보니 급매 등으로 인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나온 매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출을 끼고 숙박업을 영위하시는 분들의 경우 수익이 안나다 보니 이자 감당이 어려워 결국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유미 기자  mo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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