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원형 되살리기 사업을 기대하며
오름 원형 되살리기 사업을 기대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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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

몇 개월 동안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 기사가 나와 오랜만에 기분이 상쾌했다. 제주시가 우거진 수목에 가려진 아름다운 오름 능선미(稜線美)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기사다.

지금 제주 오름 대부분은 수풀이 우거져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분화구마다 나무들이 크게 자라 분화구의 신비로움마저 사라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물론 오름을 즐겨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걱정의 소리가 컸었다.

흔히 제주 자연을 이야기할 때 “어느 한 곳 모난 곳 없이 아름다운 선이 일품”이라고 한다. 섬 모양도 그렇지만 곳곳에 있는 오름 능선이 마치 바람결처럼 아름답다고 말한다. 능선미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오름 정상에 올라서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분화구가 신비롭게 나타나 더욱 황홀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랬던 오름들이 과거 대대적인 식목사업과 자연 발아 등으로 인해 숲이 우거지면서 능선미가 사라졌고 거기다가 분화구마다 나무와 덩굴성 식물들이 뒤엉켜 분화구의 형태를 망가뜨리고 있어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오름을 찾는 사람들은 “애써 키워놓은 나무를 다 자르는 것은 어렵겠지만 대대적인 간벌이 필요하다. 특히 분화구 안에 있는 나무들은 더 크게 자라기 전에 잘라내지 않으면 분화구 모습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걱정한다.    

오름은 화산의 여신이 제주 섬에 남겨 준 가장 큰 보물이라고 한다. 오래전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계 화산학자들이 실사를 왔었다. 

당시 현지 실사를 벌였던 화산학자들은 “한라산이나 성산, 그리고 용암동굴들 하나씩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어려울 것 같지만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북(東北) 지역에 이뤄진 오름 군집(群集) 지역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라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동북 지역(조천읍·구좌읍·성산읍)의 오름 군집 지역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드문 단성화산 군집 지형이라고 극찬했었다. 

그러나 동북 지역 대부분이 사유지가 많아 이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했을 경우 사유재산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한라산과 성산, 용암동굴을 묶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번에 제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첫 오름 원형 살리기 사업 내용을 보면 우마(牛馬) 방목이 사라진 결과 일부 오름에서 해송 등이 빠르게 자라고 개민들레 등 외래식물이 증식하면서 경관 미학이 약화하고 자생식물이 잠식됨에 따라 처음으로 빠르면 오는 9월부터 복원이 추진될 계획이다. 복원 대상 오름으로 아부오름, 안돌오름, 문석이오름, 체오름을 꼽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오름 복원 사업은 계속 이뤄져야 하겠지만 전체 오름을 다 복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정비할 오름들을 정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선정된 오름은 분화구 바깥쪽 사면에 자란 나무 간벌과 함께 분화구 안쪽에 자라는 나무와 덩굴성 식물들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오름마다 분화구 안쪽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더 크게 자라면 이 나무들로 인해 경관은 물론이고 자연 파괴의 우려까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오름으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앞오름(아부오름)이다. 이 오름은 산체 높이가 50m밖에 안 되지만 분화구의 깊이가 78m로 도내 백록담과 산굼부리, 성산과 함께 대표적인 분화구 경관지다. 

이 앞오름은 예전 분화구 안쪽이 마치 원형경기장처럼 신비로웠다. 잔디 풀밭에 상수리나무가 드문드문 있고 소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랬던 이 오름에 언제부터 인가 작은 소나무가 한두 그루씩 자라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분화구 바깥쪽은 물론 분화구 안쪽까지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분화구를 거의 막아버리고 있다. 

다랑쉬도 마찬가지로 바깥쪽은 물론이고 분화구 안쪽까지 소나무들이 크게 자라 분화구 경관을 막고 있는 형편이다. 

하루빨리 옛 모습을 살려 오름 위에서 우마들이 풀 뜯는 전원 풍경을 볼 날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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