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의 씁쓸한 성과
4·15 총선의 씁쓸한 성과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4.19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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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5연속 제주 전 선거구 석권으로 막을 내렸다.

제주 정치사를 새로 쓴 이번 총선에서 도민들은 야권 진영이 앞세운 권력 독점 타파 등의 변화보다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생계난 등 당장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라는 준엄한 메시지를 전했다.

과거 어떤 선거든 변수는 나타났다. 촘촘한 그물처럼 얽히고설키며 엎치락뒤치락 판세를 뒤바꿨다.

그러나 이번 4·15 총선은 코로나19 사태가 블랙홀처럼 변수와 이슈를 집어삼켰다. 

분명 이번 선거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와 날선 비판, 자질 공방, 그리고 고소·고발전 등 고질적인 정쟁인 난무하긴 했다.

이러한 후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어필의 당사자인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감염병으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사에 들어설 틈이 없었다는 게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였다.

그러나 성과는 있었다.

야권 후보들은 여당 후보들을 공격하기 위한 카드로 ‘뭐했나’를 들고 나왔다.

정확히는 ‘제주4·3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되는 동안 여당 의원 3명이 뭘 했냐’고 따졌다.

이에 여당 후보들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대 때문에 ‘안 한 게 아니고 못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와중에 제72주년 4·3희생자추념일이 도래하자 각 당 원내대표 등 중앙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추념식을 찾아와 소속 후보가 주장하는 ‘책임론’에 힘을 실어주더니 너나 할 것 없이 4·3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

선거를 맞아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4·3특별법 개정을 합의한 셈이다.

과정은 씁쓸했지만 이제 4·3특별법은 필연적으로 개정돼야 한다. 표심을 얻기 위해 싸우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으니 반대할 명분도, 남 탓할 이유도 없어졌다.

이제 개정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제주의 비극이자 도민들의 한을 해원하기 위한, 그만큼 숭고하게 제정돼야 할 4·3특별법을 정쟁과 선거의 도구로 악용했다는 점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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