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내야 할 농어촌 ‘다원적 기능’ 모두가 공유해야”
“지켜내야 할 농어촌 ‘다원적 기능’ 모두가 공유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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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9. 우리의 희망과 비전 농어촌

코로나19 여파 피해 위기 극복 농어촌 정부 지원책 실종·실질적 총선 공약도 태부족
각종 축제·농촌체험 휴앙마을 방문 급감 및 취소에 따른 관광산업 위기 지원책 시급
학교 개학 연기에 급식 중단, 생산 농가 피해 막막…농업인 단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이삭이 패기 시작한 보리밭.
이삭이 패기 시작한 보리밭.

지난 겨울 새봄을 위해서 잠시 쉬었던 낙엽수들은 신록을 뽐내기 위해서 힘차게 순 내밀기를 하고 있다.

또한 보기 드물게 4월 중순에 한라산 중턱까지 내린 눈은 겨우내 보기 힘들었던 풍경을 자아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만 박혀있던 조무래기들을 이끌고 눈썰매를 타거나 눈사람 만들기를 하면서 그나마 가장들의 체면을 유지하는 계기도 만들어가는 잔인한 4월의 중반이다.

이미 지구촌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슈를 빼 놓고는 그 어떤 상황도 주목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선량(?)들을 뽑는 선거인 총선마저 그 이슈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뿐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인 유행병) 상태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의 산업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음은 피력할 필요도 없지만 제주도의 환경과 도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내생적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주도의 고통은 더 말할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산업 군이 다양하지 못한 제주도로서는 때로 관광객에게서 파생하는 낙수효과가 연중 서비스 산업으로 이어지고 제주경제를 지속시킬 수 있는 큰 에너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농업, 농촌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관심의 정도가 낮아지고 홀대받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더더욱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들이 대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가계까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 농업, 농촌에 대한 지원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옥수수농가.
틈새시장을 노리는 옥수수농가.

이것이 바로 우리의 위상이며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총선을 위한 중앙당의 공약에도 집권여당에서는 농어촌의 삶의 질 개선과 건강 먹거리 공급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 제시됐고 제1야당에서는 아예 주요 공약에서 농업, 농촌에 관한 사항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칼럼이 게재될 즈음 모든 당선인이 결정돼 있겠지만) 제주도 3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 역시 우리네 농업, 농촌에 대한 고민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의 공약 역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이고 진화한 공약이 아니라 농업인이면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범부의 이야기들을 축약해 놓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바라는 간절함과 뼈저리게 강렬한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리라.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농업, 농촌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 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서 우리 농업, 농촌의 가치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을 재촉하거나 채근하지 못함은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다.

또한 농업, 농촌의 가치에 대해서 철학으로 무장된 적임자를 키워내지 못한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무늬만 농사꾼이었던 필자에게는 수많은 고뇌와 번민을 거듭하는 시간이 됐다. 예년 같았으면 시간을 쪼개가면서 강의와 교육, 평가와 심사 등으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의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홀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 동안 남의 손에 맡겨서 해왔던 많은 영농과정을 체험하면서 농산물의 생산과 마케팅 그리고 가공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됐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과정들을 경험하면서 녹초가 된 몸일지라도 우리의 농업에 대한 숙고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관광산업의 위축은 어쩔 수 없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농어촌 축제인 가시리 녹산로 유채꽃 축제,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바닷바람과 함께 바다의 파도뿐만 아니라 이삭이 피기 시작한 청보리의 파도를 함께 느끼고 설레게 해줬던 가파도의 청보리 축제도 불가피하게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도내 20여 개 농촌체험 휴양마을을 방문하고 체험한 체험방문객이 20만여 명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겨우 15000여 명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체험학단에 각광을 받고 있는 몇 개 마을은 체험 취소가 매주 350~500명씩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책도 시급히 마련이 돼야 할 것이다.

학교 개학 연기에 따라 급식이 중단되면서 버려지는 친환경 농산물 처연하다.
학교 개학 연기에 따라 급식이 중단되면서 버려지는 친환경 농산물 처연하다.

더군다나 각급 학교들의 개학이 언제 시작될지 모를 정도로 미뤄지면서 학교급식을 위한 농산물 생산을 해왔던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들은 판로가 막혀버린 현실에 어떠한 보상도 없이 온 정성을 다해 키운 농산물을 파기해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묵묵히 해 나간다.

이 위기가 우리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그들은 단 한 마디 투정도 부리지 않는다. 그들의 배려와 희생의 정신 그것이 농심이다.

우는 아기 젖을 물리는 것처럼 우리 농업, 농촌, 농심도 우는 소리를 할 수 있다.

이제는 해야 한다. 농업인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보여주기가 아닌 절실함과 간절함, 그리고 철학이 담겨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치가, 행정가, 그리고 시민들이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고 우리의 농업, 농촌이 당연히 보호돼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과 그동안 여러 차례 피력했던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의 보물섬은 농염한 감귤꽃 향기로 가득찰 것이다. 그 향기는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 아니 우리의 희망이고 비전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것은 비전을 추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우리의 농업, 농촌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을 잃지 않을 때 필연코 이뤄질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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