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 보존과 ‘오름의 원형’ 복원
자연환경 보존과 ‘오름의 원형’ 복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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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1948년 4·3 이후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곳곳이 벌거벗은 민둥성이가 됐다. 초등학교 고사리손과 도민들이 힘을 모아 벌채를 금지하고 범도민 식목을 해온 지 50여 년, 이제 한라산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3~40년 외국에 살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라산이 숲으로 우거졌다고 기뻐한다.
올해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식목일을 전후해 도내 기관과 단체에게 식목 행사용 나무를 무료로 공급했다. 또 도민들에게 나무시장에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묘목을 구입해 나무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가 범도민 식목을 거론하는 것은 제주시가 올해 시정 중점 사업으로 수풀이 우거지면서 본래 모습을 잃은 오름의 원형을 되살리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다. 일부 오름에서 해송 등이 빠르게 자라고 개민들레 등 외래식물이 증식하면서 경관이 훼손되고 자생식물이 잠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도민들이 나무를 벌채하지 않고 우마(牛馬) 방목도 사라지니 오름뿐만 아니라 한라산 곳곳 식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제주시가 말하는 “오름의 원형이 어떤 모습이냐”하는 데 있다. 오름에 자라난 해송 등 나무를 벌채하는 것이 원형 복원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과 원형 훼손이란 인식이다.
일부 환경단체는 원래 오름에 있던 나무들이 마소 방목과 땔감용 벌채로 사라졌다 자연스레 다시 자라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오름의 수목 제거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환경을 개선하고 보존한다 함은 그 환경이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훼손된 환경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즉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환경이 어떻게 훼손, 파괴됐는지를 알아보고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땔감용 벌채와 마소 방목으로 인한 훼손, 파괴의 원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오름 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지, 벌채와 방목 시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주시는 이와 관련해 학술용역 최종 보고회를 주민 설명회로 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사업이 필요하다면 복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련 단체 등과 공동으로 오름 복원 추진팀을 만들어 사업을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연의 복원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의사가 잘못하면 환자가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 있듯이 자연의 복원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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