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4·15 총선
코로나19와 4·15 총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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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전 제주일보 논설고문·논설위원

오늘이 어제와 다를진대 세상은 빨라도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고 한 시간이 다르다. 모두가 처음 접하는 일들 뿐이다.
올 초부터 터진 코로나19 사태만 해도 그렇다. 뉴스를 보면 온통 코로나19이다. 밤 사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몇 명 늘었다고 중계하듯 시시각각 전해주는 뉴스가 한편으로는 밉살스럽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어떻고, 미국은 어떻고, 우리나라가 어떻다고 세상 소식을 소상히 알려줄수록 불안감은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정신적 장애를 겪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마저 비정상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항복으로 끝날 무렵인 1918년에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해 2500만~50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오년(戊午年) 독감이라고 해 스페인 독감에 감염된 사람이 740만여 명에 이르렀으며 14만여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스페인 독감을 직접 경험한 이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는 현대에 사는 인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질병이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나라들도 예외는 없다.
발병 초기에 한국의 방역체계를 우습게 봤던 나라들조차 걷잡을 수 없는 질병에는 속수무책이다. 이제는 한국의 방역체계를 배우기가 바쁘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는 바이러스에는 역부족이다. 언젠가는 끝이 보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한 사회학자는 국가 발전의 단계를 건국화,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 4단계로 나눴다. 대한민국은 건국과 산업화를 지나 민주화를 거친 뒤 선진화 과정에 들어서 있다고 했다. 단계마다 난이도가 다르다.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가는 난이도가 5라고 하면 민주화에서 선진화로 가는 난이도는 500, 5000에 이를 만큼 난이도와 장벽이 매우 높다.
민주화 사례는 많지만 선진화 과정은 사례가 적어 그만큼 사회는 많은 진통을 거친 뒤에야 선진화에 진입할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저마다 분출돼 하나로 모아지지 못 하는 것은 선진화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전보다 나아진 복지와 사회현상에도 사람들은 둔감해졌고 이전보다 못 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도 처음 겪는 선거이다. 해방 이후 여러 차례의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치러온 우리들이지만 4·15 총선만큼은 말 그대로 깜깜이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선거가 과거에도 있었는가 싶을 정도이다.
코로나 선거라고 일컬어지는 이번 선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거제도가 도입된 것도 그렇고 형제 정당이니 자매 정당이라고 불리는 듣도 보도 못한 위성 정당의 난립현상도 그렇다. 무려 48.1㎝에 달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찾아내어 투표하는 일도 쉽지 않다. 4·15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 무려 41개에 달한다.
전체 유권자의 27%에 이르는 60대 이상 노년층의 투표는 어찌할 것인가.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제대로 알고 투표하는 이가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잘못된 선거법을 가지고 국민을 농락하듯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모두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다.
솔직히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해 선거보다 찍을 만한 후보를 찾기 힘들다. 선거 때만 되면 자신만이 지역을 대표하는 적임자라고 내세우지만 말 없는 다수의 유권자들은 이미 다 알고 표를 찍는다. 당선 축하 꽃다발이 목에 걸리는 순간부터 목은 뻣뻣해지고 내세웠던 공약은 다음 선거 때까지 질질 끌고 간다.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실제는 다르다. 잘 보고 찍을 수밖에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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