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과정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과정
  • 장혜연 기자
  • 승인 2020.04.09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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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필사의 기초 좋은 문장 잘 베껴 쓰는 법

책 속 마음에 드는 문장 베껴쓰기
내면을 채우는 궁극의 독서법
‘갖춘 문장’ 베껴쓰며 문장 익히기
사색의 깊이·독서의 즐거움 배가
십여 년 필사 경험 상세히 기록
필사 자세·방법·참고책 등 안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필사에 도전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 속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가 반짝거리는 문장을 만나는 순간, 홀린 듯 펜과 노트를 꺼내 들고 정성스레 문장을 베껴 적어본다. 그렇게 보석 상자를 채우듯 노트에 적은 문장들을 언제든 꺼내 곱씹으며 사색의 깊이를 더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필사에 좌절하곤 한다.

예쁘지 않은 글씨, 어딘지 불편한 자세, 쓰기에만 신경쓰다보니 자꾸만 끊기는 독서의 흐름 등 필사를 포기하게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필사가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방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사의 기초는 이런 이들을 위한 안내서를 자처한다. 작가는 십여 년간 이어온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필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그가 말하는 필사는 화려한 재기를 요하는 예술행위도 아니고 격식을 갖춰야 시작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필사는 책과 펜과 노트를 동무 삼아 삶을 정제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필사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필사는 몸을 바르게 해 글을 쓰기에 가장 편안한 자세를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손에 맞는 필기구와 얇은 노트 한 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글씨체는 기교를 부리는 것보다 좀 서툴러도 조화와 균형을 이룬 단정한 글씨를 쓰기 위해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빠지거나 더하는 것 없이 그대로의 갖춘 문장을 쓰려는 노력이다. 온전한 문장을 베껴 씀으로써 올바른 문장을 익히고자 함이다.

이런 수행 과정을 통해 필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글을 쓰는 것이다. 문장을 정성껏 베껴 쓰는 동안 글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깨닫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생각이 깊고 풍부해지면 글로 표현하고 싶어진다. 결국 단순한 베껴 쓰기를 넘어서 나의 글을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 그것이 필사의 목표이며 필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책 또한 작가의 끊임없는 필사가 만들어낸 나의 글이다. 오랜 경험과 필사를 즐겼던 문학가와 지식인들의 이야기, 베껴 쓰기 좋은 책과 문구류 등 필사를 통해 모은 자료들은 책을 쓰는 밑거름이 됐다. 그래서인지 필사의 기초는 작가가 필사에 대한 애정을 고백해 놓은 수필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필사의 기초를 배우려는 이들은 물론 잔잔한 수필 한 편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이다.

<김도연 제주도서관 사서>

장혜연 기자  jhyx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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