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영웅은?
진정한 영웅은?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4.0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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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긴 채 나들이하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만나 소주 한 잔 하고 친목이나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에 참석해 웃으면서 왁자지껄 떠들고 축제가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봄을 만끽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는 요즘이다. 그러지 못 해서다.

올 봄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가 늘고 코로나19와 싸우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할 땐 안타깝다.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50명 안팎이지만 안심할 상황은 절대 아니다. 정부의 관리 허점을 이용해 자가격리를 이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격리 앱’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다중이용시설과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어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가격리자에게 위치추적용 전자팔찌(일명 손목밴드)를 착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를 위반한 사람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대유행이다. 사정이 심각한 나라도 있다. 각국은 확산 방지를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세계 언론은 연일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인 각국의 영웅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에서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꼽았다.

전 WSJ 편집장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샘 워커는 연재칼럼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의 압박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도자는 우리가 선거로 뽑은 카리스마 있고 정치적인 계산을 하는 우두머리들(alphas)이 아니다. 진짜 영웅은 전문성 있는 관료들”이라고 했다.

그는 정 본부장을 언급하며 ”수백만 국민이 이름을 알기 전 그는 앞에 잘 나서지 않고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관료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일관된 솔직함과 잘 분석된 정보, 단호한 메시지, 냉정함을 잃지 않는 침착함은 국민의 불안을 효과적으로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집무실을 거의 떠나지 않은 채 자신을 헌신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얼마 전까지도 이름을 모르던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고 썼다.  

실제 정 본부장은 두 달 넘게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얼굴은 수척해졌고 흰머리도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 TV화면에 나온다. 일부 언론이 전(前)과 후(後)를 비교하며 기사를 쓰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인 상황에서 미국의 유력지가  한국인을 영웅으로 소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질병관리본부(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으로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2월 18일 발족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영웅이 어디 정 본부장 뿐이겠는가.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의사와 간호사들,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작은 정성을 전하는 익명의 기부자들, 취약계층에게 전달해 달라며 파출소 앞에 마스크를 놓고 도망(?)가는 사람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단체와 시민들, 정기적으로 방역활동에 나서는 자생단체 회원들, 화이팅을 외치며 힘을 보태는 고사리손 등등…. 아름다운 숨은 영웅들이다.

또 있다.

초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예방수칙을 잘 준수하고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고 착한 임대료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음식가격을 자율적으로 인하한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어주는 우리의 소박한 이웃들.
당신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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