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에 길 있다
투표에 길 있다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20.04.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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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행정력은 3류급, 정치력은 4류급, 기업경쟁력은 2류급으로 보면 될 겁니다.”

1995년 4월 13일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그 유명한 ‘베이징 발언’의 일부다. ‘한국의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이 회장의 발언으로 삼성은 당시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미움’을 사게 됐다. 이 회장 발언 파동 4개월여만에 간신히 삼성과 정부사이에 해빙무드가 조성된 것을 알려졌다.

그렇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97년 IMF라는 국가부도사태를 맞게 된다.

2류라던 경제도, 4류라던 정치도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국가부도 앞에서 대한민국은 전대미문의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이에서 보듯 3류정치 또는 4류정치라는 말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몇 명만 모이면 현재의 정치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경쟁적으로 나온다. 입에 담지도 못할 격한 욕설들을 쏟아진다.

정치혐오가 그만큼 심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왜냐면 우리 일상의 상당 부분이 정치와 섞여있기 때문이다.

#도내 43곳 사전투표소 가동

4·15 총선의 투표가 오늘(10일)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사전 투표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도내 43개 읍면동(제주시 26곳, 서귀포시 17곳)마다 1개의 사전투표소가 운영된다.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투표를 위해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또는 기타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에서 발행한 사진이 부착된 본인의 신분 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된다. 아울러 투표소에 갈 때 마스크를 착용은 필수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여야 후보들은 투표 전날인 오는 14일 자정까지 13일간 유세, 토론회 등을 통해 도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큰 회오리에 가려졌지만, 총선 열기는 지금 제주 전역에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저마다 제주발전의 적임라고 내세우면서 도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다.

이번 총선의 제주지역 선거인수는 55만3198명(남 27만5958명, 여 27만7240명)이다.

이들의 투표를 통해 향후 4년간 제주를 대변해 국회에서 입법 등의 활동을 벌일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또 전국적으로 합산되는 정당투표 결과 각 당이 내세운 비례후보들의 당락이 결정된다. 난마처럼 꼬인 제주의 현안을 푸는 지역문제 해결사의 역할도 이들의 하게 될 책무 가운데 하나다.

#차선 없으면 차악이라도 골라야

정치가 4류라고 해서, 정당과 정치인들이 실망스럽다고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치혐오 만으로는 4류정치, 나쁜 정치를 바로잡을 수 없다. 청년실업에 고통 받는 젊은이들이 투표는 외면한 채 기득권 정치를 비난해봐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을 찾고, 차선도 없다면 차악이라도 고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표권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최고의 무기다. TV토론과 공보물 등을 참고해 각 당의 정책과 후보자들의 면면을 꼼꼼히 따져보고 제주를 위한 대표를 뽑을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자질 없는 후보자가 당선되면 나쁜정치가 반복된다.

나아가 투표는 나쁜 정치를 심판하는 것 외에 우리사회의 정의가 바로서는 출발점이 된다. 나쁜 것은 나쁘다고, 그것을 합법적으로 끝장 낼 수 있는 게 다름 아닌 투표다. 그래서 투표는 민주주의 꽃이고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유권자의 참여만이 잘못된 정치와 정치혐오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쁜 정치인은 투표하지 않는 좋은 시민에 의해 선출된다고 했다.

투표에 길이 있는 이유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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