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족쇄 풀겠다" 4·3수형인 3차 재심 청구
"이제 족쇄 풀겠다" 4·3수형인 3차 재심 청구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0.04.0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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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도민연대 일반재판 옥고 치른 2명 재심 청구
2일 제주지법 앞에서 고태삼(왼쪽 두 번째), 이재훈(가운데) 할아버지의 재심 청구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정용기 기자.
2일 제주지법 앞에서 고태삼(왼쪽 두 번째), 이재훈(왼쪽 세 번째) 할아버지의 재심 청구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정용기 기자.

“72년 전 어린 소년들에게 채워진 족쇄를 이젠 풀어야 합니다.”

미군정 당시 일반재판에 의해 옥고를 치른 고태삼(91)·이재훈(90) 할아버지에 대한 재심 청구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죄, 폭행 혐의 등 억울한 누명을 풀고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4·3도민연대에 따르면 구좌읍 종달리에 살던 고 할아버지는 1947년 6월 청년 모임에 나갔다가 경찰관을 때렸다는 누명을 쓰고 법원에서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이 할아버지는 같은 해 8월 경찰이 쏜 총에 북촌마을 주민 3명이 총상을 입은 현장 인근에 있었다. 경찰이 거주지를 묻는 질문에 이 할아버지는 “북촌”이라고 말하자 구금됐다.

학교 선생님 덕분에 이 할아버지는 풀려났지만 이튿날 경찰에 의해 다시 체포됐고 매를 맞았다. 

이 할아버지는 “삐라(선전·선동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를 봤다고 할 때까지 맞았다”며 “재판을 어떻게 받았는지 기억도 없고 억울하게 1년을 복역했다”고 말했다.

2일 고태삼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재심 청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법원 민원실로 가고 있다.
2일 고태삼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재심 청구서를 접수하기 위해 법원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영장 없이 체포됐고 미군정 당시 일방적으로 재판을 받아 옥고를 치렀다는 게 4·3도민연대의 설명이다.

4·3도민연대 관계자는 “나이 90이 넘어서야 평생의 한을 풀기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며 “사법부는 이들의 남은 삶을 명예롭게 정리할 수 있도록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4·3도민연대는 이날까지 생존 수형인을 중심으로 3차례에 걸쳐 재심을 청구했다. 1차 18명, 2차 8명, 이번 3차 2명 등 28명이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최근 2차 재심 개시와 관련해 검찰 측으로부터 의견서를 받았다”며 “골자는 재심 개시의 요건이 불법 구금을 당했다는 영장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과 불법 고문을 당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1차 재심 청구로 이끌어 낸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을 이끌어낸 18명의 피해자들은 군법회의였고 공인된 기록이 있었지만 일반재판의 경우 공인된 기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 수형인들의 의지, 가족들의 지원, 다양한 증거 등을 결집해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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