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가 우선이다
건강한 사회가 우선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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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심 서울 구정연구원·논설위원

우리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계속되는 긴급재난문자에 놀라고 먼 남의 일로 여기다 신천지 사태와 연이은 집단감염과 유학생 귀국으로 또 한 번 두려움 속에 몸 사리고 있다.
두려움에 몸 사리는 곳이 또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인 학교 주변이다. 어린 자녀를 학교에 등교시키면서 ‘차 조심해라’, ‘길 건널 때 조심해라’ 여러 번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즐거운 학교 길에 두려움부터 가르친 격이다.
지난달 25일에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는 과속방지턱,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속도를 30㎞로 제한하고 의무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민식이법 시행에도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어린이 보호에는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차 운전에서 피해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민식이법 시행 전에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경찰청 등 6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2020 이행 계획’에서 ‘안전시설 획기적 개선’, ‘고질적 안전 무시 관행 근절’, ‘어린이 우선 교통문화 정착’, ‘어린이 보호구역 효율적 관리체계 구축’,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의무 강화’ 등을 발표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CCTV와 신호기 설치가 어린이를 보호해주진 않는다. 이는 민식이처럼 어린이를 잃고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보차분리, 물리적인 환경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의 문화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기사에서 본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기준 1만6765건이다. 10년 간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특성을 살펴보면 횡단 중 사고가 56.3%이다. 발생원인은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33.6%,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31,6%, 신호위반 15.7%, 법규 위반18.2% 등으로 결국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된다.
법치국가이지만 법이 아닌 자연스러운 이행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주말, 물건을 사러 가던 중에 동생이 ‘이 곳은 편도 2차선인데 주·정차가 심해 중앙선에 볼라드로 분리했더니 주·정차가 없어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내용은 영국의 홈존(home zone) 규칙과 일맥상통한다. 주택가로를 보행중심도로로 개선한 사례로 도로 폭을 줄이고 보도블록을 깔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고 양쪽 주택 입구에는 주차가 가능하도록 했다. 도로 폭을 줄이고 일방통행으로 지정하면 추월할 수 없고 주·정차가 어려워진다. 또 신호들이 켜져 횡단할 때도 사각지대가 없어진다. 이런 홈존 표지판에는 앞쪽에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옆에 집이 있으며 자동차는 뒤쪽에 배치해 차보다 사람을 우선시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속도를 10㎞를 줄이면 사고율을 3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10㎞로 속도제한표시를 하면서 ‘속도는 어린이들에게 양보하세요’라는 문구를 통해 주민들에게 감정적 호소를 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지역 학교 주변에 어린이 보호구역 30㎞ 속도 제한이라는 문구와 함께 옆에 어린이 보행로가 아닌 거주자 우선 주차선이 그어져 있다. 어린이에 대한 배려는 어린이보호구역에도 사실 상 없었다. 즐거움이 가득한 꿈의 보행 길은 언제 가능할지, 어른으로서 부끄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요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그동안 개인 자유가 방종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남을 위한 배려가 곧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법과 벌금이 무서워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회가 건강해야 나의 안전이 담보되기 때문에 지켜야 되는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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