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제주의 농어촌은 내일을 준비한다”
“위기를 기회로…제주의 농어촌은 내일을 준비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4.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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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8. 미래를 준비하는 제주의 농어촌

코로나19 장기화 여파 전 산업분야 정지에도 농촌마을 감귤정지전정 등 여전히 분주
어촌자원센터, 어촌체험 현장평가 전개…마을별 차별성 갖춰 관광상품 개발 준비
어촌계원 해녀 대부분 초고령화로 개발 어려움, 지속가능한 어촌 마을 구축 기대
길가에 함부로 자라서 노란꽃을 피우는 봄나물, 유채꽃이 부럽지 않다.
길가에 함부로 자라서 노란꽃을 피우는 봄나물, 유채꽃이 부럽지 않다.

아직은 새벽녘의 찬기운이 목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농장에서 바삐 움직이다 보면 이내 옷을 한꺼풀씩 벗게 되는 따사로운 봄기운을 느낀다.

이미 마당 한가운데 와 있는 봄은 잔디밭에 초록의 기운을 띄엄띄엄 보이고 울담에 목련은 하얀꽃으로 나무를 가득 채운다.

살구꽃도 연핑크의 소담스런 자태를 보여준다. 불끈 커진 드릅의 새 움은 머지않아 식탁에 올라 쌉싸름한 맛과 향이 우리의 기운을 북돋우어 줄 것이다.

제주의 봄은 노란색이다.

비단 제주의 봄꽃으로 인식되고 있는 유채꽃이 아니면 어떠한가.

농촌마을 가로 변에 함부로 자라고 있는 들나물에서 피어난 노란꽃은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유채꽃인양 꽃과 얼굴을 맞대고 스마트폰 메모리칩에 추억을 남긴다.

이즈음 제주의 농촌은 바쁘다. 물론 농한기가 없는 우리네 농촌이 한가할 때가 언제일까마는.

감귤주산지인 서귀포는 물론이고 제주는 전 지역이 감귤정지전정을 위한 가위소리와 전지목을 부수는 파쇄기 소리로 새벽을 연다.

이른 아침부터 이 봄 제주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울타리 담장안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련. 지나는 사람들에게 봄기운을 나눠준다.
울타리 담장안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련. 지나는 사람들에게 봄기운을 나눠준다.

이 시기에 우리네 감귤농업에서 가장 귀하신 분들은 정지전정을 하시는 분들이다. 이 분야는 외국인 노농자와 일반노동시장 인부들은 절대로 할 수가 없는 분야이다.

감귤품종에 따른 생리와 수형, 수령과 세력에 따른 각기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무늬만 농사꾼인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오른손에 전기가위를 들었지만 쉽게 가위질을 하지 못 하고 나무주위를 돌며 그저 가지를 만지막거리기만 할뿐이다.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나무를 슬쩍 둘러보고 쉬지않는 가위질과 몇 번의 톱질로 자세가 갖추어지는 감귤나무를 보면 그들은 이미 예술가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올 한해의 수확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2, 3년 후 나무의 자람세를 예측하고 안정된 착과와 우량상품의 생산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제주농촌의 이른 봄은 이미 내년 마감 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전정기술자들이 내년 수확을 위해서 나무를 다듬고 있다.
전정기술자들이 내년 수확을 위해서 나무를 다듬고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연 2020년 현재 전시를 경험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길 것이다.

어떠한 대비도 없이 적의 침공을 맞는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지만 침공을 예견하고 취약부분의 보완과 철저한 방어대책이 마련되면 그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적과의 싸움이어서 더욱 버거울 뿐이다. 더욱이 예방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일방적인 방어를 할 수밖에 없음이 아쉬운 현실이지만 우리는 충분히 이겨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호에서 피력했던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를 해나간다면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의 급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전 세계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제주라고 피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체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호황을 누렸던 대형식당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이고 활어를 대상으로 조업을 하던 어선과 어부들도 포구에 발이 묶인지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겨 언제 바다로 나갈지 기약이 없다.

펄쩍펄쩍 뛰는 횟감을 낚더라도 그것을 팔아줄 횟집들이 없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최고 경고등급 6단계인 펜데믹을 선포함으로써 이 세계적 유행병이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WHO1948년 설립된 이래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등 세 차례 뿐이다.

그동안 창궐했던 수많은 감염병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만큼 위중하지 않았던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산업분야가 정지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네 농어촌은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변화없이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다.

농촌마을에서 정지전정과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즈음 어촌체험 마을들은 어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콘텐츠 개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농촌체험 마을들의 체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례와 마찬가지로 어촌체험 마을들 역시 대표 체험상품인 선상낚시 등 체험 예약이 모두 취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촌체험 마을들은 정체된 위기를 새로운 상품개발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품의 질 향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결코 기다리거나 주저앉지 않고 더욱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제주어촌자원센터(센터장 이승호)에서는 어촌체험 고도화 컨설팅을 위한 어촌마을 현장평가를 통해서 어촌체험관광 상품의 소비자 만족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제주의 자랑스런 환경인 바다를 기반으로 한 상품들에 대한 재조명과 마을마다 특화된 차별성을 갖추고자 함이다.

사면이 바다이고 환경이 비슷해서 지금까지의 체험상품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롯잡이와 선상낚시, 해녀체험, 해양레저가 대부분 마을들이 진행하고 있는 체험상품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어촌마을들은 어촌계원 특히 해녀들의 나이가 초고령화 돼 공격적으로 체험관광상품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도 현실이다. 그들이 살아왔던 스토리와 모습, 아직까지도 물질을 통한 삶의 방식은 많은 감동을 주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에 대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도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농촌과 다르게 조금은 더 폐쇄된 환경과 인적구성에 대해서 열린 환경으로 만들고자 함이며 지속가능한 어촌 마을들의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수많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위기가 커질수록, 절망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희망은 더욱 커진다. 단순히 막연한 기대에 의한 희망이 아니라 그 희망과 소망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준비가 된 사람, 마을에서만 누리게 될 것이다. 제주의 농어촌은 지금도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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