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포비아, 성찰의 시대
코로나 포비아, 성찰의 시대
  • 김태형 선임기자
  • 승인 2020.04.01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날들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기는커녕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 대유행으로 번져 ‘팬데믹(pandemic)’이 선언되면서 각국마다 경제 쇼크와 함께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첨단 시대를 비웃듯 코로나19가 영화 속 좀비처럼 창궐하면서 이미 확진자만 8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4만명을 돌파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혹시 모를 두려움에서 파생된 ‘코로나 포비아(phobia)’는 어느덧 글로벌 지구촌을 패닉 상태로 빠져들게 만들면서 야금야금 일상을 바꾸고 있다.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코로나19가 삼켜버린 일상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한 봄이 왔건만 마음껏 즐길 수 없고 축제마저 자취를 감췄다. 신학기에도 학교는 문을 닫았고 일터 대신 집에서 근무하거나 휴직하는 노동자들이 늘면서 비즈니스 상권도 한산해지고 있다.

그동안 일상이었던 ‘만남’과 ‘사회적 관계’ 대신 생존을 위한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보편화되면서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코로나19 창궐이 가정, 의료,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한 것처럼 코로나발(發) 변화의 물결은 이미 현실로 체감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소비’, ‘원격 온라인 진료’, ‘온라인 금융’ 등으로 대변되는 비대면 중심의 온라인 디지털 시대가 그것이다. 문명 대변화의 시발점으로 주목받는 이 같은 흐름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틀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경제 생태계 흐름뿐만 아니라 산업·노동·여가 등 관련 분야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일상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감염 공포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장기화되면서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앞으로 적응해야 할 미래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갑작스런 현실을 감안할 때 변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과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재앙 이후 도래할 뉴노멀 시대에서 최우선 경계해야 하는 문제가 ‘사회적 양극화 심화’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재확인됐듯이 급속하게 재편되는 사회 변화 과정 속에서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의 대응력이 가장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양극화가 악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19 한파로 인한 일자리 위기와 마스크 대란 속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의 사각지대가 확인된 바 있다. 그나마 시민들의 자발적인 마스크 양보와 기부 등의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위안을 던져줬지만 사회안전망 보완이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되면서 국가 차원의 사회안전망 시스템 재점검이 후속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는 세계화 및 첨단화로 질주해온 글로벌 사회에 근본적으로 한번쯤 짚어봐야 할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백신조차 없는 돌연변이 전염병이 현대 문명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재발, 수많은 목숨까지 앗아가는 재앙으로까지 번지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과정에서 불거진 이기주의 행태는 개인주의로 포장된 비도덕적 양심주의와 현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코로나19에서 찾아야할 메시지는 ‘사회적 연대’와 ‘성찰’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대를 통해 더불어 함께 성숙된 공동체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또 앞으로 다가올 ‘뉴노멀 시대’의 가치 지향점 역시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사회 양극화 해결에 초점을 맞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성찰의 시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