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대한민국
코로나19와 대한민국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3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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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한 고통을 함께 겪어 내고 있는 중이다.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의 특징은 서로를 피하고 무서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고 이는 상대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접촉과 왕래의 제한으로 인해 필수적으로 초래될 수밖에 없는 실물 경제의 어려움은 국민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기 때문에 엄청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과 같은 물리적 형태의 재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사회 전체가 멈춰 버리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므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깨닫게 된 것은 그동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우리 민족의 커다란 장점과 미덕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이다.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공포가 극에 달하자 세계 곳곳의 나라에서 나타난 현상은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기 위한 사재기와 다른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인종차별 행위였다. 또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음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밀접한 접촉을 평상시처럼 함으로써 감염병 예방을 한층 어렵게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국가가 나서서 이동과 집회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고 국경을 폐쇄하는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하면서 감염병을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일찍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다. 전국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진열대에 상품이 없는 경우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감염병이 극성을 부리는 지역에는 수많은 의료진과 관계자들이 자신은 돌볼 겨를도 없이 사력을 다해 밤낮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고사리손으로 서툴게 쓴 격려의 편지와 따뜻한 마음이 담긴 구호품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흐뭇하게 하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은 이상한 나라’라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일반인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두 마스크를 쓰면서 외출과 왕래를 최소화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아내려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외국인에 대해서도 차별적이거나 혐오적인 언행을 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따사한 기운이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고단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삶의 태도야말로 세상의 모든 존재는 하나로 연결돼 있어서 혼자서는 결코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음을 가르쳤던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파편화, 개별화, 물질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이러한 미덕과 장점들은 우리의 삶에서 점차 사라졌거나 기억에서 희미해져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DNA에 새겨진 유전자 정보처럼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가 지금과 같은 위기에 맞닥뜨리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엄청난 공포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대가로 치르고 다시 찾아낸 소중한 미덕과 공동체 정신인 것이다.
아직 재난은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 국민은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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