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안전
꽃보다 안전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0.03.3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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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를 지나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절정을 이룬 샛노란 유채꽃 위로 절묘하게 어우러진 벚꽃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녹산로는 제주의 대표적인 봄나들이 명소다. 날이 따뜻해지면 유채꽃과 벚꽃 구경을 하려는 도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SNS상에는 ‘#녹산로’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천 개의 사진과 글이 올라온다.

작은 마을 가시리도 꽃이 필 무렵이 되면 들썩인다. 유채꽃축제와 함께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여느 축제들처럼 감염 우려에 4월 열릴 예정이던 유채꽃축제도 전면 취소됐다.

문제는 유채꽃축제 취소에도 가리시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방문한 녹산로는 비바람이 치는 궂은 날씨와 평일에도 꽃구경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즐비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외부 유입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외부 방문객에 의한 전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가시리마을회는 고민 끝에 지난 27일 녹산로와 유채꽃 광장의 유채꽃을 평년보다 일찍 파쇄해 줄 것을 서귀포시에 요청했다. 서귀포시는 코로나19 확산과 방문객 추이를 지켜본 뒤 오는 10일을 전후로 조기 파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채꽃 파쇄가 감염 예방을 위한 최선의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안팎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가시리의 요청은 우리의 코로나19 생활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부는 연일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서 ‘나 몰라라’식의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은 ‘꽃보다 안전’이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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