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권역외상센터, 닥터헬기라는 '날개' 있어야"
"제주권역외상센터, 닥터헬기라는 '날개' 있어야"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0.03.2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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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체계적시스템 없는 독립적 감염병 전문병원 경계"
"심장·간이식 전문 의료진 확대…의료독립 완성 목표"
지난 25일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지난 25일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한라병원이 지난 23일 중증 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제주권역외상센터(이하 센터)를 개소했다.

2016년부터 센터 유치와 개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64)은 “도민들의 건강을 수호하는 제주 대표 병원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앞으로도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센터 개소와 함께 도내에서 발생하는 환자들의 ‘골든아워’ 확보를 위해서는 닥터헬기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도입하기 위한 지역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와 함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감염병 치료를 위해 국가적, 지역적 의료역량을 체계적으로 결집해야 하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독립적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제주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됐는데 의미는.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외상 분야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부족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가 예방 가능사망률이다.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 사망률이 32∼33% 수준이다. 이를 10%대로 낮춰 도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국 17개 권역에서 외상센터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설립까지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 설치가 매번 다른 지역에 밀려 연기됐다. 또 외상센터는 전문의를 비롯해 다양한 의료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의료진들을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
 
■외상센터의 운영 계획과 보완돼야 할 점은.
외상센터는 환자들의 사망률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아워’ 안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 도착하고 병원으로 이송된 후 빨리 치료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산간지역이 있고 도서지역에 사는 도민들이 있어 병원으로 오는데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송 효율이 가장 높은 건 항공이송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대부분 인건비에 쏠려 있다. 국가 지원으로는 실력있고 권위있는 의료진을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병원 자체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전문의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간호사 인건비는 아예 없어서 향후 여건이 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간호사 인건비도 지원됐으면 한다. 의료수가 현실화도 중요한 현안이다. 외상 치료엔 의사 1~2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많을 땐 10명의 의료진이 환자 1명의 치료에 매달리기도 한다. 현재 의료수가로는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외상환자에 대해서는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제주에도 닥터헬기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은데 의견은.
중증응급환자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환자의 ‘골든아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닥터헬기 사업이 시작된지 몇 년이 됐다. 이 역시 인구가 많은 지역부터 배정이 됐다. 제주도가 후순위로 계속 밀렸다. 현재 도내 공공기관에 소방, 산림청, 해경헬기가 몇 대 있다. 이런 헬기로도 환자 이송이 가능하지만 의료장비, 인력이 있는 닥터헬기와는 구조부터 다르다. 현재 공공기관에 있는 헬기는 다목적 헬기다. 다양한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품이 갖춰졌다. 이렇다보니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전문적인 치료시설 구축이 사실상 헬기엔 없는 것이다. 또 닥터헬기엔 의료진이 탑승하는 점도 중요한 차이다. 중증응급환자 이송은 3단계로 구분된다. 치료를 위해 의료진이 출동하는 현장 단계, 이송 단계, 병원 도착 후 치료 단계 등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얼마나 빠르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장비와 인력이 갖춰진 닥터헬기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를 차단하려면 우선 감염원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우선 중요하다. 이와 맞물려 병원을 오가는 감염자, 잠복기에 있는 환자, 일반 환자 등을 구분하는 게 관건이다. 이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병원 등 관계 기관이 주력한 결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땐 일부 효과도 있다. 한라병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신청해 바로 개소했다. 중증 응급환자 진료센터도 지정 받아 감염이 의심되거나 감염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음압, 격리시설을 구비했다. 코로나19는 무엇보다 병원 내 감염관리팀을 비롯한 도내 전체 의료진이 차단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입장은.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 모든 의료 역량을 동원해서 함께 공조할 수 있는 치료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국·공립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한다거나 독립된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효율적인 해법이 되기 힘들다.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구분 없이 감염병 치료를 할 수 있고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의료 역량을 결집해 체계화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고 이에 맞춰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현재 코로나19는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대구·경북 지역만 봐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독립된 감염병 전문병원 1, 2개를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감염병의 특성상 집단 감염을 배제할 수 없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도 있다. 이런 다수의 환자를 격리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하려면 지역적,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서 필요한 인프라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의료독립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데 앞으로의 병원 운영 계획은.
1983년 한라병원이 설립된 후에도 제주도는 의료인프라가 열악했다. 환자의 상태가 조금만 나빠도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다른 지역 대도시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이는 도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당시엔 의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았다. 각 진료과도 지금처럼 세분화되지 않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제주 출신 의사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왔다.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도 도내에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 성과로 도내 최초 암치료 전문 센터를 설립했고 조혈모세포 이식(골수이식),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영외상센터 등을 거두기도 했다.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도 필요했고 정부와 협의에 나선적도 많았다. 이제는 도내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어느정도 갖춰졌다. 의사로서, 병원장으로서의 목표는 심장, 간 이식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심장 이식 전문의를 초빙해서 팀을 꾸리고 있다. 간 이식 역시 실력 있는 교수를 영입해 각종 질병으로부터 도민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대표 종합병원으로 거듭나겠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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