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2014년 4월 16일, 무슨 일이 있었나... ‘세월호, 그날의 기록’
[책서평]2014년 4월 16일, 무슨 일이 있었나... ‘세월호, 그날의 기록’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6.03.24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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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무슨 일이 있었나...  ‘세월호, 그날의 기록’

책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하 기록팀)’이 10개월 동안 15만장에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가 넘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기록팀은 각 자료와 기록을 인용할 때마다 주석을 달아서 정확성을 기했다. 주석은 2281개에 달한다. 세월호 참사를 시민의 눈으로 기록한 이 책은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등 눈초리를 받는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기록단은 단서들을 모은 결과, 어떤 의문은 털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책은 2014년 4월 15일 오후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항한 순간부터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 10시 30분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세월호 안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단원고 최덕하 학생의 신고를 받은 해경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해서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현장 구조 세력과 교신하며 지휘한 해경 수뇌부는 무엇을 했는지도 세월호 사건 수사 및 공판 기록, 해경 지휘부와 구조 세력의 교신 내역, 영상 등을 분석하여 퍼즐 맞추듯 구성했다.

서로 구명조끼를 챙겨 입히고, 약한 사람들을 먼저 배 밖으로 내보내고, 사력을 다해 구조 요청을 하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공포의 시간을 견딘 승객들의 마지막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았다. 마지막 침몰 순간까지 승객을 구한 건 해경이 아니었다. 일반 승객들과 민간 어선, 어업지도선이었다. 해경은 스스로 탈출한 승객을 배와 헬기에 태워서 보냈을 뿐,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은 사활을 건 일반 시민들의 구조 노력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기록팀은 사고 당시 해경 지휘부와 구조 세력이 교신한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를 원본 음성과 해경이 작성한 녹취록을 비교했다. 이어 기록팀은 해경이 삭제하거나 의도적으로 표현을 바꾼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확인했으며, 330~350쪽에 서술했다. 특히 기록팀은 법과 규정이 정한 대로, 권력을 행사할 때 내세우는 명분에 합당한 수준의 책임감과 판단력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했다면 304명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80년에 걸친 역사와 열정을 담다....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데이비드 로버트슨 , 빌 브린 저/ 해냄출판사)'

1932년 덴마크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해 전 세계 아이들과 어른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보편적인 도구가 된 레고. ‘최고만이 최선’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장난감이라는 제품 대신 놀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레고는 완구 산업의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20세기 말 진화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나아갈 방향을 잃고 만다. 뼈아픈 실패를 통해 ‘상자 안의 혁신’이라는 방향성을 회복한 레고는 자신들의 핵심 가치 안에서 다시 한 번 경쟁력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레

고의 탄생과 성장, 그들이 겪은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모든 조직이 직면하는 혁신의 딜레마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레고가 세기의 브랜드로 성장한 후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2부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레고 그룹의 노력과 부활의 과정을 엿볼수 있다.  레고는 치밀한 유통 전략, 끊임없는 실험으로 다시 세계 완구 시장을 석권했다.

 

192시간 27분의 필리버스터 속기록 ‘필리버스터’
(출판사 이김/국회 지음)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9일간 이어진 제340회 국회(임시회) 본회의는 테러방지법안 반대 필리버스터로 진행되었다. 이 회의는 ‘세계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 등을 남기며 끝났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토론을 위해 3200명이 국회를 찾았으며 국회방송 시청률은 최고치인 0.26%를 기록했다.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안의 맹점을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진정성과 깊이를 더해 해석했다. 의원들의 속기록 전문을 편집 없이 엮어낸 이 책은 민주주의, 역사, 인권, 자유에 대한 교양강좌이며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할 것이다. 똑똑히 보고, 기억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준비된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의 발언을 가감없이 담고 있다. 영상에서 잘 들리지 않았던 국회 본회의장의 현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은 물론, 발언자 이외의 다른 의원들의 발언도 괄호로 처리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85년 고통 속에서 산 여인의 이야기 '설운 한상록'
(제주문화/홍창국 저)

제주작가 홍창국씨가 최근 장편소설 ‘설운 한상록’을 펴냈다. 이 책은 1929년에 태어나 85년간 고통 속에서 살았던 한 여인(정임)의 삶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임은 일제 강점기 당시 식민지 시대를 거쳐 36세가 되던 해인 1945년 광복을 맞이했다. 하지만 광복의 기쁨도 잠시, 정임은 1948년 4월 3일에 일어났던 제주4.3사건과 1950년 6월 25일 벌어진 한국전쟁까지, 그야말로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를 살았다.

정임은 결혼을 했지만 큰 아들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작은아들은 난치병에 걸린다. 큰딸은 어렵게 결혼을 했지만 사위가 사업을 하면서 몇 번의 부도를 맞았다. 정임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작은딸도 이혼 후 20여 년간 혼자 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정임의 친구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정임은 평생을 한 많은 삶을 보낸다.

저자는 “정임의 삶은 곧 그시대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광복 전과 그 이후 험난한 역사의 소용돌를 직접 목격하고 겪었던 85년 역사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8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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