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사회안전망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 제주일보
  • 승인 2020.03.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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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속을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사회활동을 접은 노인들이 쉬운 먹잇감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멀쩡한 젊은 사람들도 걸리면 벗어나기 어려운 기막힌 수법을 쓴다.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국내 피해 금액은 6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4%(금액 기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7억원의 피해를 본 셈이고 피해 건수가 무려 3만7667건에 달한다.
피해액의 증가폭도 가히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2017년 2470억원이었던 피해액은 2018년 4040억원에 이어 지난해까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범죄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대부분 경찰, 검찰, 금감원, 은행 등을 사칭한다. 누가 속을 까 싶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고 있다. 또 연령대 별 특화된 범죄 수법도 있다. 법률 지식이 약한 20~30대 여성층에게는 수사기관을 사칭하고 고금리 대출 이용 가능성이 큰 40~50대 연령층에는 저금리 전환 대출로 유인하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휴대폰에 ‘전화 가로채기’ 프로그램을 깔게 한 뒤 고금리 대출금 상환을 유도하면서 돈을 가로채는 수법도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1일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2.9~5.8% 저금리 대출’ 허위 메시지를 받았다. 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은 대출 실행을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한 인터넷 주소(URL)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피해자 휴대폰에 ‘전화 가로채기’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일당은 대출 약관 문제를 내세워 기존 대출금 상환을 요청했다. A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을 위해 해당 저축은행에 전화했으나 일당이 전화를 가로채 허위 응답을 들었다. 결국 대출금 상환액 3000만원과 공탁보증예치금 1800만원 등 4800만원을 빼앗겼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를 입고 나면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가정 파탄이라는 2차적 피해까지 발생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사기를 넘어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급속하게 진화하는 수법에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범행에 가담한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전담 수사부서 인력 증원과 국제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제주일보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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