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혈 보존 정비, 진중하게 추진 바란다
삼성혈 보존 정비, 진중하게 추진 바란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03.19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국가지정문화재 제134호인 삼성혈에 대한 보존·정비와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삼성혈은 국내 최고(最古)의 국가 사적이다. 고·양·부(高·梁·夫) 삼성의 시조인 고을나·양을나·부을나 세 신인(神人)이 이 곳에서 솟아나 탐라국을 개국했다는 ‘삼성신화’의 무대다.
그런 점에서 이 계획은 고대 탐라의 역사성을 조명하는 사실 상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이 사적에 대한 보존·정비 사업은 조선왕조시대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조선 중종 21년(1526)에 이수동(李壽童) 목사가 삼성혈 북쪽에 홍문(紅門)과 혈비(穴碑)를 세워 삼성의 후예로 하여금 봄·가을에 제사를 모시게 했다. 그 뒤 숙종 24년(1698)에 유한명(柳漢明) 목사가 삼을나묘(三乙那廟, 지금의 삼성전)를 세웠다. 또 영조 48년(1772)에 양세현(梁世絢) 목사가 향청(鄕廳)으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한 후, 순조 27년(1827) 이행교(李行敎) 목사가 전사청(典祀廳)을 창건하고, 헌종 15년(1849)에는 장인식(張寅植) 목사가 숭보당(崇報堂)을 세웠다. 숭보당은 제주 학생들이 학업을 연마하던 곳이다. 정조 9년(1785) 2월에 정조 임금은 삼성혈이란 사액(賜額)을 직접 써서 내렸다.
문화재보호법 20조에는 국가지정 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려 할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됐다. 또 시행규칙 18조의 2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또는 보호구역 안에서 건축물 또는 도로·관로·전선·공작물·지하구조물 등 각종 시설물을 신축·증축·개축·이축 또는 용도 변경하는 행위, 수목을 심거나 제거하는 행위 등이 허가 대상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앞으로 삼성혈 지역의 보존·정비나 활용방안은 신중에 신중을 해야 할 것이다. 역사 유적지의 보존·정비는 무엇보다 원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또 정밀한 조사와 함께 전문가적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이번 보존 정비는 진중하면서도 동시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 투입으로 탐라의 역사성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차제에 삼성혈 인근에 있었던 숭보당 학생들의 사장터를 비롯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삼성혈 문화 유적의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 같은 보존 정비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한반도 탐라왕국의 고대 역사와 함께 그 정체성을 새삼 부각할 것이다. 이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제주도민들의 자부심도 크게 고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일보 기자  kkb@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