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고향으로 생각했던 일본인 에세이집
조선을 고향으로 생각했던 일본인 에세이집
  • 제주일보
  • 승인 2020.03.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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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소·중학교 조선서 보낸 日 소설가
다이쇼 시기부터 전쟁 전까지 기록
제주 일주 ‘제주도기행’ 수록 이목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표지.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표지.

우리 책방이 있는 곳이 곳이니 만큼 제주 관련 자료가 담긴 책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책방에서 직접 매입하는 책들 중에서도 관련 서적은 얼른 분류해 놓고 인터넷이나 육지부에서 입수하는 책들 중에는 아무래도 제주 관련 책의 비중이 높다. 이런 경향은 외국 특히 일본에서 입수하는 책이나 자료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 온라인에서 조사를 하다 보니 도쿄 간다(神田)에 있는 한 고서점이 제주 관련 자료가 수록된 책을 판매 중이라는 걸 발견했다. 마침 그 곳에서 열리는 고서축제 참가 차 출장을 가는 길에 방문할 요량으로 연락을 해 보니 일반 독자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통신판매 전용 서점이었다. 자료 욕심에 그 책을 구하려고 일부러 한국에서 출장을 간다고 약간의 뻥(?)을 치고 나서야 가까스로 그 서점 대표님의 방문 허락을 받았다.

간다에 도착하자마자 약속된 시간에 그 책방을 방문하고 보니 왜 일반 독자에게 개방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정글처럼 복잡한 수많은 서가들 사이에서 내가 문의했던 책을 찾아오는 직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화보 부분.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화보 부분.

그렇게 입수했던 책은 일본의 소설가 유아사 가츠에(湯淺克衛, 1910~1982)가 지은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이다. 어린 시절 소학교와 중학교를 조선에서 보낸 그는 1934카이죠(改造)’ 현상공모에 간나니(カンナニ)’로 선외가작(選外佳作), 이듬해에 소설 부문 2등으로 당선돼 작가로 데뷔했다. 초기에는 프롤레타리아문학 경향을 띠었지만 나중에는 식민지소설을 주로 써서 1944년에는 압록강(鴨綠江)’으로 제1회 대륙개척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조선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했던 저자가 다이쇼(大正) 시기부터 전쟁 전까지 문화인으로서 쓴 조선 관련 여행기 등을 모은 에세이집인 이 책에는 1941년 여름 826~29일까지의 제주도 일주 여정을 기록한 제주도기행(濟州島紀行)’(22)이 수록돼 있다. 이 글에는 목포를 출발, 추자도를 거쳐 제주에 도착한 그가 제주읍에서 버스를 타고 한림·모슬포·서귀포·성산포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제주도기행 첫 부분.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제주도기행 첫 부분.

그는 제주도의 원시종교(兔山堂 )나 육지와 다른 아기 업는 방법, 축첩(蓄妾)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하고, 애기구덕이나 돌하르방을 몽고풍으로 보면서 해녀들이 타지로 출가(出稼)했던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한 금융조합의 1940년도 예금액이 4185892(), 대출고가 2503132원인 점을 들어 제주 사람들은 좀처럼 돈을 빌리지 않는 사실을 특기하고, 도내에 훌륭한 학교가 많이 세워진 이유를 자산(資産)이랄 것도 없는 사람들도 20~30원의 기부는 보통으로 여기는 육지와는 다른 특유의 기부문화에서 찾았다. 그리고 육지와는 반대로 그가 타고 다닌 버스 속에서도 능숙한 오사카 사투리가 주로 쓰일 정도인 건 오사카에 사는 조선인 30만명 가운데 3할이 제주도 출신이기 때문으로 보았다.

지금으로 치면 지한파(知韓派)였던 일본인 저자가 본 1941년 여름의 제주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신 분들은 지금은 희귀본이 된 1942년판을 대신해 2002문화인이 본 근대 아시아(文化人の見た近代アジア)’(ゆまに書房) 3권으로 그대로 복각(復刻)돼 간행된 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제주도기행 맨 뒷부분.
반도의 아침(半島の朝)(三敎書院, 1942, 제주 항일기념관 소장) 제주도기행 맨 뒷부분.

 

제주일보 기자  jhyx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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