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섹이 웃는 날을 기다리며
빙섹이 웃는 날을 기다리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18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우종 문학박사·논설위원

얼마 전 중앙의 한 언론사에서 “제주엔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바가지’ 바이러스가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기사를 대하는 순간 우리나라 모든 관광지의 문제가 ‘바가지’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굳이 ‘제주도 관광’을 콕 찍어 기사화한 것에 순간적으로 분노를 느꼈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 관광객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중앙 언론의 집중 보도로 인해 국내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입게 된 곳이 제주도이다. 막대한 피해를 당하는 제주가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청정 지역임이 확인되는 시점에 꼭 그런 기사를 내보내야 했을까 하는 분노였다.
제주만큼이나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 서울과 부산임에도 유독 제주만 부각되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물론 무비자 입국으로 인한 예민한 반응이었음을 이해는 한다.
2009년 5월부터 시작된 신종플루 감염은 2010년 8월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종식됐는데 그 기간은 484일, 환자는 76만3759명, 사망자는 263명에 달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진행 중이지만 2009년 신종플루 때보다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미 100만명 당 감염자 수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선 상황이라 100여 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으로 원자재 수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상품의 수출이 줄면서 경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주면서 제주의 관광산업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 사회는 발 빠르게 벼랑 끝에 선 지역사회를 구하기 위해 ‘범도민위기극복협의체(공동의장 원희룡 도지사·김태석 도의장·김대형 제주상공회의소 회장)’를 구성하고 코로나19 피해를 신속히 파악하고 장·단기 대책을 제시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모든 걸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앙 정치권처럼 갈등에 휩싸이지 않고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전 분야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활동하는 점은 코로나19 극복과 이후 사회 안정과 경제회복에 큰 힘이 되리라 본다.
이 시점에서 제주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과 인식 전환을 위한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는 제주가 국내 여느 관광지와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가는 기분으로 오는 관광지로, 국민의 관심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쁜 마음으로 제주에 왔다가 불친절과 바가지 상혼으로 기분을 상하고 돌아가는 그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제주 관광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가 ‘바가지’이다. 추천 횟수가 많은 댓글 중의 하나는 ‘그 경비로 차라리 동남아로 가겠다’는 것이다. 동남아 관광이 제주도 관광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댓글들을 보면서 제주의 경쟁 상대는 동남아 국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동남아로 가는 국내 관광객을 제주로 끌어들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바가지요금으로는 일시적으로 수입을 올리는 착시 효과는 있을지언정 장기적 수익 증대에는 역효과일 수밖에 없다.
또 관광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일부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의 친척, 친지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있거나 요식업 등에 종사하는 친척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이 심정으로 코로나19 극복 이후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반가운 손님으로 맞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블랙홀처럼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는 현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빙섹이 웃으며 소소한 일상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