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래교육연구원 공동실험실에 거는 기대
제주미래교육연구원 공동실험실에 거는 기대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20.03.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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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제주 책축제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것은 ‘2019 제주학생 토론한마당이었다. 학생들이 교육현장에서 평상시 느끼고 있는 문제를 발굴해 토론 주제를 스스로 선정하고, 참가 학생들 간 협업을 통해 제주교육정책을 제안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켰다.

치열한 토론이 끝나고 참가 학생들이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차례가 돌아오자 마이크를 잡은 제주사대부고 싱클레어팀의 떨리는 목소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학교에서 실험을 하면서 너무 기구가 부족하고, 다른 학교에 빌리러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어요. 이런 서러움을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 …

싱클레어팀이 처음 제안한 토론 주제는 고교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과학실험실이었다. 내 의지와 달리 추첨으로 고교가 배정되는 상황에서 00중심학교는 복불복인 셈이다. 제대로 된 실험에 목말라하는 일반고 이과생들의 현실이 싱클레어팀의 입을 빌려 밖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절절함이 허공의 메아리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고 뇌리에서 사라질 무렵 제주도교육청이 화답했다. 제주미래교육연구원에서 일반고 이과생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실험실을 오는 5월부터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김근수 제주미래교육연구원장은 학교에서 특수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실험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미래교육연구원이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경기도에서는 공동실험실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미래교육연구원은 첨단 기자재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학교에서 수월하게 탐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과학체험지원 시스템을 체계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동실험실은 개방형 실험실, 토요실험과학, 학생활동 중심의 체험 프로그램 등 3가지 축으로 운영된다.

먼저 개방형 실험실은 도내 고등학생 및 지도교사에게 사용의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그동안 일반고 이과생들의 소외감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교육연구원에 구비된 첨단 기자재를 활용해 실험 및 활동을 하는데, 지도인솔 교사가 실험 또는 활동 주제를 선정해 신청하면 된다. 직접 지도 뿐 아니라 요청 시 강사도 지원받을 수 있다.

토요실험과학은 도내 초고 지도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운영할 예정으로, 역시 강사 지원이 가능하다.

학생활동 중심의 체험프로그램은 초등 5~6학년, 1~2학년 학생과 지도교사를 대상으로 로봇, 드론, VR/AR, 3D 디자인 및 프린팅, ICT 관련 체험 및 실습으로 진행된다. 현재 운영 중인 디지털천체투영실과 3D 영상관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제주미래교육연구원은 이용 편의를 위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차량도 지원하는 한편 읍면지역까지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용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예산에 반영해 실험장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강사 요원을 자체 양성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공동실험실의 정착은 이 같은 미래교육연구원의 의욕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교육당국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 누가 그 자리에 앉든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강사를 양성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다른 시도에서 과학교육원에 교사를 파견하는 등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공동실험실을 아무리 잘 만들어놔도 학생들이 찾을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학생들의 니즈와 공동실험실이 연결은 결국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아 우울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엄혹한 현실이지만 공동실험실에서 실험하며 꿈을 키운 제주의 청소년이 코로나19와 같은 지구촌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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