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 희망가가 다독이네
이 풍진 세상, 희망가가 다독이네
  • 제주일보
  • 승인 2020.03.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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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수필가

계절은 어김없이 봄이건만 춘래불사춘, 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봄의 전령사인 벚꽃 망울마다에도 인고의 흔적들 아롱아롱 매달고 있지만 꽃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멍하니 맥이 빠져있다.

을씨년스레 부는 꽃샘바람만 만발한 꽃가지를 짓궂게 뒤흔들어 댄다.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펼 시기에 사람들은 몸을 잔뜩 사릴 수밖에 없어 서로 애가 마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떠올리며 음울한 봄을 바라본다. 북아프리카 항구 오랑은 죽은 쥐가 나타나면서 아비규환으로 변해 간다. 흑사병 바이러스를 품고 있을 이웃에 대한 불신과 나만은 살아야 한다는 절규로 도시는 지옥이 된다. 이 소설 같은 고통이 우리에게도 들이 닥쳤다.

이웃 나라인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구인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놓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도 감염자 수가 1만명 수준에 다다랐고 급기야 다른 나라에서 한국 사람을 기피하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전염을 확산 시킨 원인은 대구에서 한 종교단체의 집단 모임이 겹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대구에 초집중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대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가파르게 증가한 원인이 어이없다. 삭막한 유령도시 대구를 떠올린다. 내 고향 제주는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의연했단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사람의 인격은 어려움을 당해 봐야 가늠하게 된다고 한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극한 상황 아래서도 대구 시민들 각자의 인격이 뭉쳐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고 매스컴은 전한다.

대구시는 우한에서 처음 발병할 당시와 같은 양상을 보일 때, 시민들은 탈출 대신 대구를 벗어나지 않는 자발적 봉쇄를 선택했다.

자기희생적인 선택으로 공동체를 보호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희망의 메시지가 넘치는 뉴스다. 이 풍진 세상에 희망가가 잔잔히 흐른다.

최근 한 TV 채널에서 종영한 인기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을 매주 시청했었다. 시청률이 30%대를 넘었으니 한밤중에 TV 앞에 앉아 본 적이 없는 나도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시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대 초반인 트로트 신동이 부른 이 풍진 세상희망가두어 구절이 심금을 울려 버려서다. 가사와 음률이 지금도 마음 안에 가득하다. 두 곡조에 담겨있는 메시지가 어려운 현실에 응원가인 듯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해 이 풍진 세상이지만 조용조용 숨 쉬고 있는 도시, 대구에 희망가가 울려 퍼지길 기원한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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