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
이 또한 지나가리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3.1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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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 구경을 하고 싶으면 시장에 간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시장 풍경이 보고 싶어 가는 사람도 있다. 물건은 사지 않고 구경만 할 요량으로 갔다가 노련한 상인의 입담에 지갑을 꺼낸 일도 적지 않다. 흥정으로 쟁취한 ‘덤’은 짜릿하다. 사람 사는 냄새 나는 시장은 정겹다.

지난 8일 오후 6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갔다. 일요일 저녁시간 인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예전의 북적거림에 비하면 한산했다.

저녁이면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올레정보교류관 주변은 금방 셀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이 상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상인들은 마스크 위로 눈만 내놓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때가 때 인지라 큰소리로 호객하는 상인은 없었다. 시장에 온 사람들도 마스크로 완전 무장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감귤빵 가게 앞은 썰렁했고 관광객들로 붐비던 횟집은 테이블 한 두개에 손님이 있는 게 고작이다.

발길을 옮겨 시장 깊숙이 들어갔다. 시장의 명물인 흑돼지꼬치와 여러 가지 모양의 붕어빵을 파는 가게는 예전 같지 않았다. 만두가게 아줌마는 “반에 반토박”이라며 한숨을 짓는다. 상인들은 “정말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닌데. 견디면 끝나겠죠”라며 진열된 물건들을 정리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들러본 후 시장에서 사온 만두로 저녁끼니를 때우고 차량을 이용해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1호광장을 지나 옛 동명백화점 앞 거리, 동문로터리 주변 등을 살폈다. 밤 8시 15분, 시내 중심지인 동홍동의 한 약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마스크 행렬’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700명을 넘어섰다. 11일 현재 제주지역 확진자는 4명이다. 다행히도 지난 4일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 않다.

서귀포에서 발생한 두 번째 확진자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그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도 모두 격리에서 해제됐다. 나머지 3명의 확진자도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확진자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다중이용시설과 밀집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듣도 보고 못했던 ‘마스크 5부제’.

약국 앞의 긴 행렬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부의 예측못한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처음 본다.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만 국민의 저력도 보여주고 있다.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을 떠나 모두가 한마음이 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도 50명이 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 표준”이라며 자화자찬하는 정부 관계자를 빼고는….

대구ㆍ경북지역의 한 간호사는 결혼도 미루고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간호사들은 “환자가 호전되는 보람에 버틴다”고 말한다. 지금 대구ㆍ경북지역에는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을 위한 격려의 메시와 온정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민도 수눌음 정신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단체와 시민, 학생들이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직접 만든 쌍화탕을 보건소 직원들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대구시민과 도내 취약계층에게 구호물품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의 금일봉은 제주인의 따뜻함이다.

학생들도 나섰다.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들은 실습 현장에서 1년 동안 재배한 한라봉 30㎏을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를 통해 대구ㆍ경북지역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보냈다.

코로나19는 반드시 잡힌다. 두려움은 떨쳐버리자. 행동요령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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