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날은
나의 봄날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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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봄은 이별의 계절이다. 나에게는.

, 여름, 가을, 겨울이 있지만 아픈 이별의 기억은 언제나 봄이었다.

봄은 어딘가 다른 세계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다른 계절보다 많았다. 살면서 수 없이 삶의 파도를 타지만 이별만큼 슬픈 게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별의 쓸쓸함은 표현 할 언어를 찾을 수가 없다.

시간이 약이라 하지만 슬픔 앞에서는 그 시간이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산다는 게 슬픔만은 아니지만 이별의 슬픔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살면서 많은 이별이 있었다. 산다는 것은 안녕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별은 안녕이라는 그 말조차도 하지 못 하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아니 슬퍼서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안녕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떠나갔을 뿐이다. 만남은 반드시 이별을 동반하지만 언제나 힘들다.

사람의 힘으로써 전혀 손 댈 수 없는 영역이 죽음이다. 그렇게 헤어지는 게 사별이다. 사별이 생이별에 비해 빨리 체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겐 오래 전 봄, 어머니와의 사별이 생이별처럼 아직도 포기가 안 된다. 생이별은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 정과 한의 분기점이다. 그게 나의 어머니의 죽음에는 있다.

어머니는 내게 언제나 남보다 일찍 일어나라고 하셨다. 일어나면 꾸물대지 말고 바로 공부할 생각을 하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들에서 봄꽃을 꺾어다 금이 간 커피 병에 꽃아 내 책상 위에 놓아 주셨다. 내가 꽃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나의 어머니는 벚꽃 흐드러진 날 먼 길을 떠나셨다. 가장 아픈 봄의 기억, 그 이별을 아직도 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종종 생각 해 볼 때가 있다. 고생만 하시다 가신 나의 어머니도 눈부신 계절이 있었을까 하고.

언제 죽어도 좋을 것 같이 살라고 하셨던 어머니도 이젠 안계시고 나는 이미 노년이 됐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나 하고 돌아본다.

작가랍시고 설친 것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치렀는가. 노력하는 인간이었는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래저래 살다 내 키만큼의 공간을 차지하고 안녕이라고 하고 떠날 것을.

정말 이럴 작정이 아니었는데, 그것이 인생이라고 중얼거려본다.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나 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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