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이 왜 불타지 않나요?”
지난 6일 저녁 기자에게 낯선 전화가 몇 통 걸려왔다. 제주시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다고 전날 발표한 기사를 봤는데 불이 없다는 항의성 전화였다.
제주시가 불 놓기를 취소했고, 본지는 기사를 올렸다는 해명 밖에 도리가 없었다.
사실 취소보다 새별오름에 불을 놓겠다는 발상부터 납득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차단 초비상으로 들불축제를 취소한 마당에 굳이 불을 놓겠다는 게 뜬금없었다. 단순 불 놓기라 해도 새별오름 41만㎡ 억새밭이 활활 타는데 구경꾼이 안 모일 리 있을까.
불 놓기 목적도 억새꽃 명소인 새별오름에 묵은 억새를 태워야 건강한 억새가 자란다는 게 전부다. 코로나19 사태로 엄중한 와중에 이 같은 상황 인식이 말이 되는가.
방애가 아니라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오죽하면 산굼부리는 불 한번 안 붙여도 매년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가.
공무원과 소방‧의료‧산불진화대원 등 200명을 동원하는 점도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다행히 불 놓기는 취소됐지만 문제는 이래서 행정을 못 믿는다는 말이 나와도 싸게 됐다는 점이다. 사실 불 놓기 취소도 제주도가 소식을 듣고 황급히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도민들의 의구심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제주시가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고 그에 맞는 이해를 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추락하는 행정 신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