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역사
질병의 역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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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전 제주일보 논설고문·논설위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몸속에 전체 세포의 약 95%에 달하는 조(兆) 단위의 미생물이 활동한다.
이 미생물들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자 협조자이다. 허나 간혹 세계사를 바꿀 만큼 엄청난 공포의 살인자로 변한다. 그 같은 사례는 세계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잘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게 흑사병과 천연두, 홍역 등이다. 이들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는 전쟁으로 숨진 사람들의 숫자를 훨씬 능가한다. 지금처럼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는지도 몰랐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의 페스트균이 전파하는 흑사병은 1300년대 중반 유럽을 비롯해서 아시아 전역에 창궐해 적게는 7500만명에서 많게는 2억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면서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를 몰락시켰다.
유럽인들이 미주(美洲) 대륙에 퍼뜨린 천연두는 로마제국 시기에 발생해 남미 대륙 원주민의 90%에 달하는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잉카제국은 문화까지 모두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두창, 마마로도 잘 알려진 이 전염병은 한국전쟁 당시에도 크게 유행해 1만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홍역은 백신이 개발된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평생 한 번은 치르고 지나야 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전염병이었다. 한번 걸리면 합병증이 심해 ‘홍역을 치른다’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홍역은 1855년에서 2005년 사이에 약 15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2억명의 희생자를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를 두고 ‘판데믹’ 현상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전염병의 대륙간 확산과 대유행을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전염병 피해가 적었던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판데믹’은 세계보건기구가 설정한 모두 6단계의 감염 단계에서 최고 단계를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이 급히 퍼진 초기 단계를 4단계라고 한다면, 5단계는 최소 2개국에서 유행하는 상태이고, 6단계는 ‘판데믹’이라고 해 다른 대륙에까지 파급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게 흑사병,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를 보면 기술의 발전이 대전염병, 즉 판데믹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대도시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고 교통의 발달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2013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영화 ‘감기’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할 만큼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자칫 국가를 치명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홍콩 밀입국자를 통해 경기도 분당에 전파되기 시작한 신종 바이러스의 퇴치를 위해 군대가 동원되고 도시를 봉쇄하는 조치가 벌어진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 앞에 펼쳐지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반드시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떤 재난에서도 인도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감염의 위험에도 무릅쓰고 치료 최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이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따뜻한 이웃들을 볼 때 우리 사회는 아직도 희망이 있는 세상이다. 
위기는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 위기는 꼭 시련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전과 지금에도 그렇지만 위기를 항상 기회로 바꿔왔다. 모든 것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에서 기인한다. 자연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훼손하고 있는 인간의 탐욕은 환경 임계점을 빠르게 불러오고 있는 사실에 다 같이 몸을 숙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류는 언제나 판데믹 같은 대재앙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치 말자. 힘내라 대한민국.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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