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양호…해상 안전은 헛구호였나
이번엔 해양호…해상 안전은 헛구호였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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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해양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해양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잊을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벌써 세월호의 아픔을 잊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4일 오전 제주시 우도면 남동쪽 74㎞ 해상에서 조업 중인 서귀포선적 연승어선 307해양호(29t·승선원 8명)에서 불이나 선장과 갑판장 등 2명이 구조되고 나머지 선원 6명은 실종됐다. 최초 화재 신고가 들어 온 4일 오전 3시18분 이후 하루가 지났지만 어떻게 화재가 발생했는지, 실종자들이 선내에 있는지, 바다에 뛰어내렸는지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불이 났을 때 상황은 선원들이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새벽 사고 해양호에서 3.7㎞ 떨어진 곳에서 조업 중이던 수복호가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양호가 대부분 불에 타버려 뼈대만 남은 상황이었고 선원 2명이 뼈대와 연결된 줄을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을 밤새 진행하고 있으나 성과를 얻지 못 하고 있다. 사고 및 수색 해역에는 초속 18m 안팎의 강한 바람과 3~4m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과 25일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해상과 서귀포시 마라도 해상에서 통영 선적 대성호(29t·승선원 12명)와 창진호(24t·승선원 14명) 등 어선 2척이 화재로 연이어 침몰하는 등 참담한 해상사고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로 대성호 승선원 12명 중 3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또 창진호 승선원 14명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문제는 이번 해양호와 마찬가지로 사고 어선들의 선체 재질이 섬유 강화플라스틱(FRP)이었다.
해양호 선체 재질이 FRP인 점은 화재를 자체적으로 진압하기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 불·충격에 약한 섬유 강화플라스틱 재질로 자체 진압을 못 하고 순식간에 배가 전소한 것으로 보인다. FRP는 건조비가 비교적 싸고 관리가 쉬워 어선 건조에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개인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어선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한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사고 때 ‘재발 방지’니 ‘해상 안전’을 외쳐댔지만 헛구호였던 것이다.
참담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아직 ‘해상 안전’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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