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대하는 태도:꽃잎 올리는 프랑스 여자아이
신을 대하는 태도:꽃잎 올리는 프랑스 여자아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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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제주한라대 관광경영과 교수·논설위원

요즘 뉴스를 보면 대통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코로나 사태와 신천지 교회의 이야기가 뉴스를 도배했다.
 이 공포와 우울함 속에서 갑자기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앙코르와트 사원보다 더 감동받은 한 장면이 떠 올랐다. 불교 국가이다 보니 방문했던 사원들 중에 어느 한 사원은 많은 불상들이 사원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대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프랑스 여자아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잎 한 잎 한 잎을 주워 불상 앞에 하나씩 올리고 있었다. 그 꽃잎이 모자라면 떨어져 있던 꽃잎을 주워 불상 앞으로 가서 올리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 한 참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의 꽃잎이 너무 순수하게 느껴져 한동안 인간이 신에게 대하는 태도를 곰곰이 생각한 적이 있다.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신은 어떤 존재인가? 종교의 사전적인 의미로는 ‘무한·절대의 초인간적인 신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 선악을 권계하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을 말한다.
내가 초등학생일 즈음 집안 사정이 갑자기 나빠졌을 때 어머니가 불자가 되셨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종교생활 전후가 분명히 달라 보였다. 불안함은 사라지고 함부로 범접하지 못 하는 굳건함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으로 가족을 돌보셨다. 새벽에 일어나 제일 먼저 집 안 한구석 똑같은 장소에서 어떤 의식처럼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하셨다. 어머니에게 기도는 습관이고 수행이고 생활이셨다. 독실한 불자이시지만 종교를 강요하신 적이 없어 어릴 땐 교회를 다녔다.
내가 종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루한 공부와의 싸움에 맘을 다잡기 위해 미국에서 박사를 할 때였다. 이후 미국 올랜도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주말엔 대만 스님이 계신 절을 다녔다. 대부분이 미국인이었던 불교 강의가 끝나면 토론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잡담을 주고받으며 너무도 다르게 생긴 이들과 비슷비슷한 인간사에 위로를 받았다.
어머니에겐 부처님이 든든하게 뒤에서 받쳐 주는 백(back)이었다면 미국인들에게 불교는 철학으로, 명상 등 내면의 평화(inner peace)로 이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본인의 선악 권계는 뒷전이고 절대적인 신에게 행복 요구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프랑스 여자아이가 했던 욕심 없는 순수한 숭배의 대상자로, 현실 통장의 숫자보다 두둑한 덕(德) 통장과 복(福) 통장을 불리는 노력과 작년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을 모니터 해주며 든든히 함께 해주는 분으로 모시는 대상이어야 행복 추구가 배가 될 듯싶다.
코로나 사태와 신천지 교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부조리가 소름 끼치게 얽히고설켜 있다. 심지어 그게 독이 돼 돌아와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다.
불교에선 근본적인 세 가지 번뇌를 탐(貪)·진(瞋)·치(癡)라고 하는데 욕심을 너무 많이 내어도, 증오하며 화를 많이 내어도, 무지하고 어리석어도 거기에 따르는 과보와 책임이 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상채기내는 일이고 민폐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빨라져 요즘엔 이승에서 지은 죄, 이승에서 다 받고 가는 거 같아”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을 보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드는 확신이 인간이 행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가 한 만큼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걸 무서워하고 주위분들에게 선을 뿌리며 모시는 신에게 누리는 것에 감사하며 살면 그게 행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전 세계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돼 일상이 주는 행복이 빠른 시일 내에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신에게 꽃잎 하나 올리며 기원을 합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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