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믿음 공존하는 ‘깨달음의 땅’에 이르다
서로 다른 믿음 공존하는 ‘깨달음의 땅’에 이르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03.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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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17)
불교 사원과 힌두교 사원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성지, ‘깨달음의 땅’이라 불리는 묵티나트에 도착했다. 한 언덕 위로 올라가자 높은 산 아래로 거대한 불상이 세워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불교 사원과 힌두교 사원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성지, ‘깨달음의 땅’이라 불리는 묵티나트에 도착했다. 한 언덕 위로 올라가자 높은 산 아래로 거대한 불상이 세워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 영원히 잊지 못 할 트레킹

18세기 네팔에 자치권을 뺏긴 후 ‘금단의 땅’이 된 무스탕, 티벳보다 더 티벳다운 문화와 풍습을 간직한 은둔의 왕국. 이번 트레킹 기간 동안 마주한 이 곳 사람들의 순수함과 신비스러운 자연은 일행 모두에게 영원히 잊지 못 할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1992년에 이르러서야 외국인에게 문을 연 마지막 은둔의 땅, 원시의 척박한 대지와 거센 바람에 맞서 화석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진정 ‘살아있는 박물관’임에 틀림없습니다. 상상하지도 못 했던 신비스러움을 느끼고 돌아온 우리 일행은 모여앉아 “영원히 잊지 못 할 것 같다”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8시간을 훌쩍 넘어 10시간을 걸었지만 피곤함보다는 지나왔던 곳의 모습이 아른거린다고 서로 입을 모읍니다.

일행들은 고생했다기보다는 너무 행복했다는 마음을 갖게 해 주는 땅, 무스탕을 걸으며 고산 지대에 울려 퍼지는 풍부한 역사적 메아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쉬운 듯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일 일정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에도 정신만은 말똥말똥합니다. 그동안 지나온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모습이 아른거려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퉁퉁 부어오른 무릎이 쓰리고 아파서 끙끙거렸지만 속으로 가족에게 ‘이렇게 힘든 일을 해냈다’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꿈속에서라도 이런 마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어느 덧 아침,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이는데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고 나서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일행들은 벌써 나와 서로의 몸 상태를 묻고 있습니다. 

식탁에 모여앉아 어제 다 못 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고생은 심했지만 이번 코스만큼은 ‘황량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고 한 목소리를 냅니다. 9일간의 트레킹이 힘들었던 만큼 소득도 컸다는 것입니다. 

주방팀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특별식을 만들어줘서 아침 식사도 즐겁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묵티나트로 향하는 도중 들른 규라마을. 돌담을 쌓은 집들이 전통 티벳 가옥 형태로 서로 연결돼 있다.
묵티나트로 향하는 도중 들른 규라마을. 돌담을 쌓은 집들이 전통 티벳 가옥 형태로 서로 연결돼 있다.

오늘 일정은 묵티나트입니다. 이전 트레킹 도중 날이 어두워져 들러보지 못 한 곳입니다.

비니(Beeni)에서 북쪽으로 가면 히말레(Him-a-leh)의 한 부분인 묵티나트(또는 스리 묵티나트)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 곳은 건덕(Gunduck)강에서 반 마일 정도 떨어져 있으며 신성시하는 돌인 살레그라미(Salegrami)에서 나온 이름이랍니다. 

살레그라미는 특별히 그 지역 강바닥에서 많이 나오고 강의 발원지는 묵티나트의 북쪽에 있는 무스탕이며 까그베니에서 멀지 않답니다.

무스탕에 오기 전 여러 자료를 뒤적거리며 현지에서 확인해보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어려움이 많습니다. 신성한 돌 살레그라미를 보고 싶었지만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선 어제 넘어온 코스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밖을 보니 우리와 함께 트레킹을 했던 프랑스팀이 걷고 있습니다. 현지가이드 말에 의하면 저 팀은 좀솜까지 걸어간다고 합니다. 

어느 새 규라라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규모가 제법 큰 마을로 커다란 사원도 있습니다. 불교 학교가 있는지 수업을 마친 듯한 동자승들이 밖으로 나와 놀고 있습니다. 마을을 쭉 돌아보니 돌담을 쌓은 집들이 전통 티벳 가옥 형태로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로만탕에서 본 주택 구조와 비슷한데 마치 ‘한 지붕 여러 가족’ 같은 느낌입니다.

■ 무스탕의 또 다른 모습 ‘묵티나트’

이제 드디어 ‘깨달음의 땅’이라 불리는 묵티나트로 향합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덜컹거리던 차가 갑자기 조용해졌기 때문입니다. 어찌 된 일인가 했더니 차가 포장도로에 들어섰습니다. 

포카라시 중심 도로처럼 포장된 이 도로가 ‘깨달음의 땅’, 티벳 불교 사원과 힌두교 사원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성지로 가는 길이랍니다. 산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마을은 작은 규모인 듯 보였으나 안으로 들어서니 큰 호텔까지 있는 도시입니다. 언덕 위에는 타루초(불교 경전이 적힌 깃발)가 길게 걸렸고 조금 더 올라가자 높은 산 아래 거대한 불상과 수많은 타초루가 걸린 묵티나트 사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곳은 불교 사원과 힌두교 사원이 한데 모여 있어 그런지 인도에서 온 듯한 힌두교 신자들이 말을 타고 줄지어 오고 있습니다. 묵티나트 근처 루브라에는 뵌교(본교·티벳의 토착 종교) 사원도 있고 민간에서는 정령신앙도 널리 신봉되는 특별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거리에 힌두교 성자가 많아서 그런지 무스탕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규라마을에는 불교 학교도 있는지 수업을 마친 듯한 동자승들이 밖으로 나와 놀고 있다.
규라마을에는 불교 학교도 있는지 수업을 마친 듯한 동자승들이 밖으로 나와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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