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낳은 프리마돈나, 대본가‧연출가로 '변신'
제주가 낳은 프리마돈나, 대본가‧연출가로 '변신'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3.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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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소프라노 강혜명 인터뷰
오페라 대본 및 연출, 성악 등 ‘멀티플레이어’ 역할 소화
여순사건과 제주4‧3 등 한국현대사 다룬 창작오페라 주연
오페라 순이삼촌 “제주인과 역사 기억할 수 있는 작품 될 것”
소프라노 강혜명이 지난해 스위스에서 ‘나비부인’을 공연했다.

제주 출신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최근 국내로 돌아와 오페라 대본가‧연출가로 변신했다. 한국과 유럽, 중국을 넘나들며 올해 데뷔 18년차를 맞는 소프라노 강혜명(43)이다.

지난 4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올해 9월 초연할 창작 제주4‧3오페라 ‘순이삼촌(원작 현기영‧대본 김수열‧연출 및 각본 강혜명‧작곡 최정훈)’의 제작 작업에 한창인 그를 만났다.

강 소프라노는 2016년 이탈리아 타오르미나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나비부인’과 2018년 이탈리아 산카를로 오페라 극장이 올린 ‘라트라비아타’ 등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연을 맡았다.

국내‧외에서 현역 소프라노로 활동 중인 그는 2018년부터 무대에 오를 뿐만 아니라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가로 참여하는 등 활동 영역을 무대 안팎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2018년 여순사건을 주제로 대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1984년 침묵’은 이틀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등 많은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다.

강 소프라노는 “공연이 끝난 5분 뒤 객석에서 눈물과 손수건, 휴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며 “여순사건과 맥락을 같이 하는 4‧3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순이삼촌’을 4년 전부터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 현기영 선생님을 세 차례 찾아가 마침내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재작년 10월 여수에서 공연한 오페라 ‘1948 침묵’에서 주연을 맡았다. 사진=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이후 지난해 강 소프라노는 제주아트센터 기획공연 오페라 ‘카르멘’에서 연출을 맡으며 국내‧외 100여 명의 성악가들과 유럽 오페라 명작을 제주도민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초연할 오페라 ‘순이삼촌’에서는 강 소프라노가 제주 출신 김수열 시인이 쓴 대본을 각본으로 옮기고, 제주에서 활동하는 최정훈 작곡가가 만든 곡과 함께 연출해 나간다.

그는 “연출을 맡으며 제주4‧3으로 아버지와 오빠를,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었던 제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다”며 “여성의 몸으로 현대사의 비극이 관통한 제주에서 역사를 오롯이 받아내야 했던 ‘순이삼촌’을 통해 제주여성과 양민들의 희생과 평화를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소프라노는 “제주의 꽃피는 4월에도 아픈 역사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기 바란다”며 “이번 작품은 원작부터 대본, 연출, 작곡, 주연까지 모두 제주 예술인들로 채워진다. 제주시와 제주4‧3평화재단의 관심이 아니었으면 무대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한편 오페라 순이삼촌은 다음 달 제주아트센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이후 9월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을, 10월 서울 세종 문화회관에서 재연한다.

지난 4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소프라노 강혜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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