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할망’이 풀어내는 제주 이야기
‘제주 할망’이 풀어내는 제주 이야기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0.03.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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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업씨 시ㆍ수필집 발간

고향은 전남 고흥, 제주도 남편을 만나 40여 년을 ‘제주인’으로 살아온 장경업씨(70)가 그동안 틈틈이 써온 시와 수필을 묶어 한권의 책을 펴냈다. ‘후회해도 괜찮아’(도서출판 시와 실천).

책 제목은 칠십이 되는 고달픈 삶의 연륜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며 내뱉은 말인 듯 하다. 조금은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들을 놓치기 싫어 시와 수필로 담아가는 장 작가는 낯선 제주땅에서의 척박한 삶을 통해 이제 자신이 더 이상 이방인도, 타인도 아닌 제주를 사랑하는 제주인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해안도로 쉼터에 / 돌방석 하나 있습니다 / 베낭메고 지나는 올레꾼들이 / 지친 몸을 쉬어가는 곳입니다/ (중략) 가끔은 / 우리 부부가 / 약 받쳐 쌈박질하다가 / 열 받은 남편이 / 그곳에 앉아 / 담배 한 대 피우는 곳입니다’ (시 ‘돌방석’ 중)

“모진 세월을 살아온 아줌마 시대보다 할머니 시대가 훨씬 편하고 좋다. 제주 할망이 된 지금 그 모진 세월도 다 추억으로 받아 줄 수 있으니까. 미움도 아픔도, 그 오랜 세월의 셀 수 없는 많은 상처들도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에 그저 그 세월이 감사할 뿐이다” (수필 ‘제주도 아줌마’ 중)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젠 ‘할망’이 되어 버린 장 작가는 흐르는 세월을 담담하게 받아 들인다.

그는 책 머리에서 읊조린다. “남아있는 나의 여분의 시간 속에 지나간 70년의 세월을 바칩니다. 후회되는 일, 지혜롭지 못 한 일 많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위로하면서…”
장 작가는 2013년 ‘문학광장’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현재 서귀포에 거주하며 공인중개사 일을 하고 있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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