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에어로졸로 전파된다?
코로나19가 에어로졸로 전파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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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 학과 교수 및 논설위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에어로졸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에어로졸(aerosol)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나 액체 미립자를 의미하며 미세먼지의 학술 용어이다. 미세먼지는 입자상 물질을 지칭하지만 에어로졸은 입자상 물질과 액체상 물질(액적)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다. 보통 모기 살충제를 뿌릴 때 분사된 분무 입자를 에어로졸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크기가 대략 100㎚(나노미터, ㎜보다 백만 배 작은 크기) 정도이다. 일반 세균보다 100배 가까이 더 작고 동·식물의 세포보다 1000배 정도 더 작기 때문에 세포를 숙주로 기생해 번식한다. 환경부에서 발표하는 초미세먼지(PM2.5)보다도 25배 정도 더 작은 크기라서 호흡기를 통해 쉽게 폐 속까지 침투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대화할 때 침이 튀어나와 만들어지는 비말은 바이러스 크기보다 대략 100배 더 크다. 따라서 비말은 자체 무게에 의해 멀리 가지 못하고 쉽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호흡 중에 코나 입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수증기는 작고 가벼워서 공기 중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더 멀리 비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입자나 액적을 바이오 에어로졸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매스컴에서 ‘코로나19가 에어로졸에 묻어서 이동한다’고 하는 것은 다소 잘못된 표현일 듯 싶다.
만일 코로나19가 에어로졸로 전파되고 있다면 관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비말에 의한 호흡기 감염으로 보고 긴밀한 접촉을 통해서 감염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침이나 용변과 같은 체액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폐쇄된 환경 속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된다면 그 확산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바이러스가 가볍고 미세한 액적에 포함된 상태로 대기 중에서 비산돼 이동하므로 전파가 훨씬 쉬워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까이 접촉(보통 2m 이내)하지 않더라도 공기 중에서 쉽게 이동해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전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기 중에서 미세 에어로졸의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할지 설왕설래가 많다. 마스크는 주로 보건용이나 황사용이 적합하고 KF80(600nm 입자를 80% 이상 차단), KF94(400nm 입자를 94% 차단)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스크의 차단 효과를 보면 의문이 생긴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대략 100㎚인데 이들 마스크의 여과 기준은 이보다 큰 400~600㎚의 입자를 기준으로 규격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필터가 작은 에어로졸은 거르지 못 하고 비말 정도만 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자갈과 흙이 섞인 토양에서 자갈을 거르려면 거름망이 달린 채를 이용하는데 크기가 큰 자갈은 여과망에서 걸러지고 크기가 작은 토양은 통과돼 분리된다.
그런데 마스크로 바이러스를 거르는 원리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바이러스는 작고 가볍기 때문에 무게와 입자 크기에 따라 걸러지는 자갈, 흙 혼합물과는 다르다. 단순히 크기에 따른 여과가 아니고 마스크 필터 내에서 미세 바이러스의 확산, 충돌, 부착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끼고 호흡을 하면 내부의 필터 섬유층을 통해 복잡한 공기 이동경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호흡 시에 흡입된 미세입자들이 다양한 통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터에 충돌, 부착으로 의해 차단되는 원리이다.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필터 망 크기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입자도 제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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