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가 아닌 선택을
매표가 아닌 선택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1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애 제주아동문학협회장·동화 작가

나무들도 왕을 뽑기로 했다. 

여러 나무가 감람나무에게 왕이 돼 달라고 했다. 그러나  감람나무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기에게 있는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데 어찌 그걸 버리고 나무들 위에 우쭐거리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나무들은 또 무화과나무에게 왕이 돼 달라고 했다. 무화과나무 역시 이렇게 말했다. “달고 아름다운 열매를 버리고 어떻게 나무들 위에서 우쭐거리겠냐?”

나무들이 또 포도나무에게 왕이 돼 달라고 했을 때 포도나무는 뭐라고 말했을까? 그 역시 포도주를 버리고 나무들 위에서 우쭐거릴 수 없노라고 잘라 말했다. 

나무들은 맨 나중에 가시나무에게 갔을 때 수락을 했을지 안 했을지는 각자 상상에 맡긴다. 

이 이야기는 성경 사사기에 나오는 비유이다. 

가시나무를 왕으로 뽑은 결과가 어떨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미 많은 걸 경험했으니까. 

총선이 다가온다. 

표밭갈이에 나선 이들이 너도나도 눈도장, 얼굴도장을 찍느라 바쁘다. 마트를 가도 입구에서 후보자 가족들이 명함을 건네준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가시나무와 같은 지도자를 뽑을 것인가 좋은 열매가 열리거나 기름을 짤 수 있는 나무와 같은 지도자를 뽑을 것인가는 이제 국민의 손에 달렸다. 

국민에게 4년에 단 한 번 주어지는 금쪽같은 기회다. 국회의원의 생사여탈이 달렸으니 표를 찍는 손가락을 날이 선 칼같이 신중하게 써야 할 시점이다. 

국민을 위한 일을 해 달라고 뽑았는데 제 밥그릇만 챙긴다면, 당리당략에만 매달려있다면 가시나무와 다를 바 없다. 

가시나무 아래에서 무엇이 자라겠는가? 백성이라는 이름의 풀은 가시로 덮이고 찔리고 막혀서 맑은 하늘의 찬란한 빛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쨍’ 하고 해 뜰 날을 기다리며 살지 않나?

나라가 국민을 걱정해야 정상인데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게 만드는 요즘의 현실도 따지고 보면 유권자인 우리 탓이 크다. 

국회의원 밥 그릇 싸움 바라보는 것도 지치고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정치인과 무능한 지도자도 지겹고 역겹지만 이들을 지도자로 세운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만큼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정하는 일에 어느 지역의 이익만 따진다면 그 것 또한 적절치 못 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대의에 합당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눈앞의 이익과 지역에 떨어질 떡고물을 생각하며 찍었다면 그 것은 바로 표를 파는 매표행위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매표가 아닌 선택을 해야 한다. 

인연이 소중하긴 하지만 학연, 지연, 기타 등등의 인연일랑 잠시 잊자. 누가 민초들이 편안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인지, 국회에 갔을 때 누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후보자의 역량을 가늠해보자.

아름답고 정의로운 말에 혹하지는 말자. 그러한 말 뒤에 숨은 민낯이 어땠는지, 그가 속한 정당이나 조직이 어떠했는지 과거에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도 살펴보자. 공짜로 주겠다는 달콤한 말에도 넘어가지 말자. 공짜 선물은 우리 자식들이 갚아야 할 빚으로 돌아올 테니까.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지역 인재가 선출되기를 소망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