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었지만 쉬지 못 하는 도민들
근로시간 줄었지만 쉬지 못 하는 도민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3.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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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대로 쉬지 못 하고 있다. 삶이 행복하려면 일을 통한 성취감과 즐거운 휴식이 있어야 한다.
질 좋은 휴식은 근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기업과 가정, 개개인 모두가 여가를 잘 활용하는 방법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19 국민여가활동 조사’결과를 보면 제주지역 직장인들은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여가 만족도가 증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주 최대 52시간)을 실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로 전국 평균(48.3%)보다 높았다.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도내 직장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생활면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41.7%가 ‘여가 활동을 통한 개인적 즐거움 및 자기만족 증대’를 꼽았다.
이런 점만 보면 주 52시간제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활동을 늘리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가 활동을 가로 막는 현실은 여전하다.
무엇이 도민들의 여가활동을 가로막고 있을까. 소득 불균형의 심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여가 활동에 쓸 돈이 없어서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여가정책에 만족하지 못 한 도민들은 ‘경제적 부담(52.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실제로 소득이 월평균 높은 가구는 여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면 소득이 낮은 가구는 여가 활동에 참여하기가 사실 상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일이 많고 힘드니 여가 활동을 즐길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기 만무하다. 물어보면 그저 TV나 인터넷으로 여가를 대신한다는 답변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21세기 제주도민과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도민 소득이 증가하면 복지수준과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보편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소득 격차와 노동 강도를 줄이는 데 정부와 기업,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도민 누구나 편리하게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각종 여가·문화 시설도 늘리고 지원 정책을 찾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잘 놀고, 푹 쉴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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