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제주’ 함성을 기다리며
'최강 제주’ 함성을 기다리며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20.02.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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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프로축구의 주요 이야깃거리는 본의 아니게 제주유나이티드였다. 1982년 모태인 유공 코끼리 축구단 창단 이후 37년만의 첫 강등이라는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유공은 프로리그 원년 멤버다.

제주유나이티드는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는가 하면 2017년에는 전북 현대의 독주에 대항해 리그 2위에 올랐다. 2018년에도 5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보였다.

상위 스플릿에 고정 자리를 마련하면서 K리그의 강팀으로 입지를 굳혔고, 멤버들도 각자의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다져왔던 터라 제주유나이티드를 강등 후보로 생각했던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막상 리그가 시작되자 초반부터 하위권을 맴돌았고,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물론 역사가 오래되고 성적이 좋았던 팀이라고 언제까지 승승장구하라는 법은 없다. K리그 인기 클럽인 FC서울이 강등권인 리그 11위까지 떨어졌다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기사회생했던 경우가 한 예다.

결과가 좋지 못하면 그동안 담아놨던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프런트의 독선, 실패한 선수 영입, 선수들의 정신력, 소통의 문제 등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적이 잇따랐다.

이처럼 제주유나이티드는 팀 창단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다행인 것은 강등의 아픔을 곧바로 털어내기 위해 기존의 지원을 유지하며 환골탈퇴의 자세로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먼저 두 번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던 승격 전문가남기일 전 성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남 감독 부임과 함께 기존 코칭스태프 및 재활트레이너를 교체한데 이어 구단 프런트까지 새롭게 개편했다. 일부 주력 선수들이 떠났지만 상당수 핵심 자원들을 잔류시킨 데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서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해 첫날 한라산 등반으로 승격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 제주유나이티드는 태국 전지훈련에 이어 홈에서 훈련을 재개하며 올 시즌 목표인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전에 강등된 기업구단의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환경인 K리그2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2016시즌부터 K리그2에서 시작한 부산은 3번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친 끝에 지난해에야 간신히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전남은 지난해 K리그2에서 전체 10개 구단 가운데 6위에 그쳤다.

더욱이 올해는 대전(하나시티즌)이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재창단 했는가 하면 2018K리그1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경남FC도 다이렉트 승격에 올인하고 있다. 여기에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의 영웅 정정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이랜드FC 등 주목해야 할 팀이 여럿이다.

K리그2가 어느 때보다 승격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전망이지만 ‘1부 승격을 향한 제주유나이티드의 각오는 남다르다. 새봄을 시작하는 31, 수원FC를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도민 팬들과 함께 1부 승격을 위한 대장정의 첫 단추를 꿸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로 인해 2020시즌 K리그 개막이 잠정 연기되면서 그 시작점이 잠시 뒤로 미뤄졌다.

제주 유일의 프로구단으로서 제주유나이티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축구단이라는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남기일 감독은 팬들에게 경기가 끝났을 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리고 경기를 보는 내내 행복을 드릴 수 있는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도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경기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며 현실은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한층 더 냉혹해졌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빛나는 햇살 아래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최강 제주를 함께 외칠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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