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알아보고 아끼는 유비(劉備)의 인품
인재를 알아보고 아끼는 유비(劉備)의 인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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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정치학 박사·논설위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능력자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이다. 이런 덕목을 갖춘 인물에는 촉한(蜀漢)의 건립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비를 들 수 있다.
 유비는 인재를 잘 알아봤고 우대해 주위에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비는 관우(關羽) 그리고 장비(張飛)와 도원결의를 한 후에 천하를 통일하고 평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별 다른 공적을 세우지 못 하고 이리저리 떠돌게 됐다. 용맹하기만 했던 그들의 능력은 한계에 직면했고 위대한 전략가가 필요했다.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책사를 구하려고 애를 태우던 유비에게 서서(徐庶)가 전략가 제갈량(諸葛亮)을 추천했다. 인재를 소개받은 유비는 기뻐하면서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유비는 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제갈량의 계책을 듣고는 매우 기뻐했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북으로는 조조가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남으로는 손권이 안정적으로 통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무능한 형주와 익주를 취해 기반을 다진 후에 조조와 손권을 무찔러야 한다’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설명했다.
 제갈량이 합류한 후에 유비는 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유비와 동고동락을 해왔던 관우와 장비를 비롯한 가신들은 유비가 제갈량을 중시할수록 불만이 커져갔다. 유비의 부하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속담처럼 ‘반객위주(反客爲主)’의 상황을 두려워했다. 그들의 우려처럼 오래지 않아서 유비진영은 제갈량이 장악해 좌지우지했다. 이런 제갈량을 두고 내부에서 시기와 반목이 시작됐다.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조직 구성원들 간에는 시기와 질투로 모함이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이를 잘 헤아리고 살펴서 조직 구성원들을 화합시키면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게 한다. 어리석은 지도자들은 과잉 충성경쟁을 조장해 이를 즐거이 생각한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간신들의 아부와 아첨에 무너진 지도자들이 셀 수 없을 것이다. 달콤한 아첨과 아부의 말에 판단력이 흐려져 지도자가 중요한 인재들을 내치고 무능력한 인재들을 등용해 결국에는 재편된 조직이 괴멸되는 것이다.
유비의 도량(度量)이 좁았다면 가신들의 말을 듣고 제갈량을 제거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비는 오히려 관우와 장비를 비롯한 부하들을 설득해 제갈량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했다. 그 결과로 유비는 청사(靑史)에 위대한 명성을 남길 수 있었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의 발전에 꼭 필요하다. 특히 대의(代議) 민주정치에서는 대중을 대표하는 지도자 없이는 국정 운영이 불가할 정도이다. 모든 국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정책을 주장한다면 혼란스럽고 실행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해 적절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정치지도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유비나 제갈량이 활약하던 시대가 민주시대는 아니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지도자가 천하를 통치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민심을 중시했다. 제갈량이 지략이 뛰어났으나 천하의 인심을 모으는 능력은 없었으므로 유비를 보필해 승상의 자리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훌륭한 장군은 부하들이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용병술이 뛰어난 장군이다. 지도자가 환호에 눈이 멀어 ‘북치고 장구치는’ 모든 활동을 다 나서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동의 선을 실현하는 인물을 정치지도자로 선택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덕목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저마다의 능력을 잘 펼치는 용인술이 뛰어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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