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 소리가 요란한 것이 봄이 오나 보다
굴뚝새 소리가 요란한 것이 봄이 오나 보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02.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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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

최근 중국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온 지구촌이 공포에 떨고 있다. 

매일 아침 뉴스의 첫 머리 시작이 코로나19로 몇 명이 죽고 확진자 몇 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하루가 공포 분위기로 시작되는 것 같다. 

몇 년 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스 등 희귀한 질병이 발생하고 있어 ‘세상의 종말이 오는 징조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무서운 질병이라고 하지만 이런 질병 또한 인간들에 의해 발병이 됐고 또한 인간이 개발한 약에 의해 치료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신종 질환이 나올 것 인가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위협적이라고 해도 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입춘이 지나 매화가 지천으로 하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지 오래됐고 조금 있으면 목련꽃이 피었다는 소식도 전해올 것이다.

올해 겨울은 눈다운 눈이 한 번도 안 내려 겨울 같지 않다고 푸념을 했었는데 최근 제주섬에 많은 눈이 내렸다. 겨울다운 모습을 한 번은 보여준 셈이다. 

모처럼 눈이 내렸지만 그래도 꽃소식이 빨라지고 있는 듯하다. 

이미 산 속에선 복수초와 변산 바람꽃 등 봄꽃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린 지 오래됐고 개나리와 진달래 개화 시기도 10여 일 앞당겨진다고 한다. 

꽃소식과 함께 아침마다 앞마당에선 휘파람새와 굴뚝새 소리가 얼마나 청아하고 요란스러운지 마음마저 상쾌하다. 

제주의 봄은 휘파람새와 굴뚝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시작한다고 한다. 

며칠 전 아침에 굴뚝새 한 마리와 휘파람새가 나뭇가지를 오가며 청아한 소리를 내는 것을 봤다.

 ‘아~이제 봄이 가까이 왔나 보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세상을 꼼짝 못 하게 해도 봄은 서서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는 생각에 갑갑했던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저 멀리 파도 타고 오는 봄을 맞을 준비에 마음이 바빠진다.  

제주에선 ‘고망생이’로 불리는 굴뚝새는 그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볼 수가 없는 새다. 몸 길이가 10.5㎝로 짧은 꼬리에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고 쉴 새 없이 돌아다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작은 몸에서 얼마나 청아한 소리가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타고 멀리 울려 퍼지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무렵이면 굴뚝새뿐만 아니라 딱새, 휘파람새, 알락 할미새, 박새 등 작은 새들이 봄소식을 알려 주듯 신이 나게 지저귄다. 이러한 소리를 듣다 보면 과연 영락없는 봄의 전령인가 싶다. 잠시 귀 기울여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어보자.

이제 봄이 시작되면 농가에선 농사일로, 도시에선 도시 나름대로 봄맞이를 하겠지만 올해 봄은 국회의원선거까지 있어 정치 철새들이 표 먹이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지르는 소리가 난리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새봄을 조용히 맞았으면 하는 민심은 아랑곳없이 가당치도 않은 공약을 내걸고 떠들어 대는 통에 한시도 조용할 때가 없다. 문뜩 이 시(詩)가 생각난다.

풀꽃들은 서로/키재기를 한다/빈 이름표 팔랑거리며/발돋움하는/작은 몸채/바람에 걸려 넘어지는 꽃대궁/그 연약한 꽃살에 묻어/실오라기 향기 한 올/툭툭 털어내고/다시 일어서서/키재기를 한다. 
-김용길 詩 풀꽃

이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봄을 맞자. 코로나19도 잊어버리고 선거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시간을 내어 밖으로 나가 산 숲 아래 가보면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봄꽃들이 희망을 주고 생명을 준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러 산 숲으로 가보자.

제주일보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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