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왕국 탐험 최대 난코스를 넘다
신비의 왕국 탐험 최대 난코스를 넘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02.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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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15)
이번 무스탕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힘들다는 파패스(해발 4183m) 능선에 올라서자 다울라기리, 닐기리, 툭체피크, 틸리초피크 등 히말라야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다시 나타난다.
이번 무스탕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힘들다는 파패스(해발 4183m) 능선에 올라서자 다울라기리, 닐기리, 툭체피크, 틸리초피크 등 히말라야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다시 나타난다.

■ 옛 지질학자가 지났던 길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다 오르겠지.’

일행 중 걷기가 힘들어 말을 탔던 이 선생이 저 멀리 아련히 보입니다. 이 선생이 워낙 거구라서 말이 힘들어 보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말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발 4000m 지역이니 바삐 걸을 수도 없지만 조금만 걸어도 금세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쉬면서 길을 나서고 있지만 걷는 게 아니라 다리를 끌면서 가는 것 같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끝이겠거니 하고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오기를 수 차례. 이제는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행 모두 지쳤는지 걸음이 느려지고 쉬는 횟수가 늘어갑니다. 위성사진이 잘못된 것일까. 분명히 봉우리 몇 개만 오르면 정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여겨질 때쯤 “이제야 반정도 올라왔다”고 알려줍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나마 버티던 힘이 쭉 빠져 버려 환장할 지경입니다. ‘자료에서 봤던 내용이 헛말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푹 주저앉아 버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입니다.

스위스 지질학자 토니 하겐은 1952년 네팔 전체의 지질을 조사하면서 무스탕 지역도 살펴봤는데 그는 6년간 히말라야의 알려지지 않은 코스 2만8800㎞를 걸어서 답사한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로만탕에 들어간 사람입니다. 

그도 분명히 이 코스를 지났을 것이고 여기 말고도 무스탕 여러 지역을 답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우리가 오르는 게 별 고생도 아닌 듯합니다.

이제는 앞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땅만 보고 걷다 보면 언젠가 오르겠지’하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마치 어린아이 걸음마 연습처럼 힘들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야호~’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발대가 해발 4183m 파패스(Paa Pass) 정상에 올라 환호를 지르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길을 나선지 4시간 만에 파패스 정상에 도착해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지의 산 정상을 오른 것처럼 기뻐합니다. 

무스탕 트레킹 마지막 코스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겪은 그 어느 곳보다 힘든 난코스였기 때문에 더 기뻤을 것입니다. 이 선생을 태우고 봉우리를 올랐던 말도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을 짓습니다. 등짝이 땀에 흠뻑 젖은 말에게 “참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습니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니 넓은 평지가 펼쳐집니다. 끝도 없이 넓은 평지인 듯 보이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협곡이 있답니다. 해발 4000m, 이 광활한 평지에 여러 협곡이 있다니 믿기가 참 어렵습니다.

여기서 약 1시간 거리에 캠프가 있는데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멀리 다울라기리, 닐기리, 툭체피크, 틸리초피크등 히말라야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다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저런 설산이 구름을 뚫고 솟아 나오면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는데 몸이 지쳐서 그런지 얼른 카메라를 들지 못 합니다. ‘얼마나 지쳤으면 이럴까’하고 제 자신을 다시 보게 됩니다.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합니다.

파패스 정상의 안내판을 잡고 찍은 기념사진.
파패스 정상의 안내판을 잡고 찍은 기념사진.

■ 오지에서 즐긴 맛난 식사

제주에서 함께 온 후배 양성협 부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힘든 내색도 없이 잘 걷고 있습니다. 성협이야 백두대간과 에베레스트, 카일라스 등 여러 오지를 다녔으니 잘 걷는 게 당연하지만 그의 부인은 상상 외로 너무 잘 걷고 있어 놀랐습니다. 이번 트레킹이 상당히 힘들 것 같다고 주저하던 부인을 억지로 같이 가자며 데려왔다는데 참 다행입니다.

거기다 그녀는 이 먼 곳까지 갈치속젓 등 반찬을 챙겨와서 식사 때마다 일행들의 입을 호강시켰습니다. ‘힘들어하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길이 미끄럽지만 않아도 걸을 때 불편이 덜 할 것 같은데 경사지 자갈길은 최악입니다. 지금까지 히말라야의 여러 장소를 다녀봤지만 무스탕처럼 온통 자갈로 덮여 있는 곳은 처음입니다. 2년 전 카일라스 트레킹 때 해발 5000m의 험준한 바윗길을 걸을 때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무스탕 협곡 지역은 조심하지 않으면 사정없이 미끄러져 무릎을 심하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왜 이러한 사항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느 새 일행들은 점심 장소인 캠프에 모여 앉았습니다. 캠프라고 하길래 어떤 건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목동들이 긴급할 때 사용하는 자그마한 돌집 하나뿐입니다. 아마도 이 곳에 물이 흘러나와 숙소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점심은 김밥입니다. 여기까지 음식이 든 짐을 지고 온 식당팀 덕분에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배도 불렀으니 이제 더 잘 걸어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파패스 정상에 도착한 트레커들이 숨을 돌리고 있다.
파패스 정상에 도착한 트레커들이 숨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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