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트랩
오프사이드 트랩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0.02.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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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괜찮을까?

축구에서는 오프사이드 트랩(Offside Trap)이라는 전술이 있다. 글자 그대로 ‘오프사이드 함정’을 파는 것이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수비 진영에서 두 번째로 뒤에 있는 선수보다 앞서 패스를 받을 경우 선언되는 반칙이다. 이 반칙은 공격수가 골대 앞에서 머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됐다. 

오프사이드 트랩은 이를 역으로 이용, 수비수를 전진시켜 공격수가 오프사이드를 범하도록 유도하는 전술이다. 상대의 ‘반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전술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흔하게 쓰이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전술이 됐다.

제21대 총선에서도 ‘오프사이드 트랩’이 등장했다. 미래한국당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개정 공직선거법을 역이용해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차지하겠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의석은 비율 계산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을 빼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이 불리하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후보만을,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만을 공천한다는 ‘꼼수’가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중도·보수 통합 과정에서 ‘미래한국당’을 의식해서인지 당명도 ‘미래통합당’으로 결정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미래한국당’의 정당 등록을 허용하면서 미래통합당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허용한 꼴이 됐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의석 수에 도움이 된다면 곧 너도 나도 ‘오프사이드 트랩’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축구에서 그랬듯이.

승부를 위해서 어떤 방법이든 써도 괜찮다면, 과격한 반칙으로 우리 정치를 다치게 하는 행위까지 허용하게 될 지 모른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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