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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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애월고등학교 교사

방학을 맞아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시끄럽던 상황이라 출발부터 염려를 안고 떠난 여행이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우한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귀주성, 운남성, 여강 등을 여행해 다행히 별 탈 없이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 듯해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다.

그 후 며칠간 매일 뉴스를 접하면서 전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집에 있는 동안 2020년 계획한 ‘하루 만보 걷기’에 도전했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 들러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많은 동네 사람이 공원에 모여 게이트볼을 치거나 체육 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청소년들은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와 자전거를 태우는 사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평소에 만나보지 못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볍게 눈인사 정도 한다. 일상의 여유를 한껏 누린다.

아침에 둘째 아들과 식사하면서 “우리 올레길을 걸어보면 어떨까?”하고 말을 건넸다. 둘째 아들은 한 달 뒤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 차근차근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요리사인 아들은 과일 하나를 깎아도 예사롭지가 않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있다지만 다양한 모양으로 깎은 과일이 참 예뻐서 먹을 수 없게 한다. 그렇지만 아들은 또 해 줄 테니 먹으라고 한다. 과일 하나, 디저트 하나에도 정성과 사랑이 잔뜩 들어가게 하는 신중한 아이다. 

이런 둘째와 데이트에 나섰다. 

올레길 시작점은 법환포구다. 차를 포구에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햇살이 너무 좋다. 길가에는 올레꾼 몇 팀이 보인다. 육지에서 내려온 듯한 부부 팀,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자매 팀, 엄마와 딸 팀, 그리고 우리 모자 팀이 자연스럽게 함께 걷는다. 

길을 걷다 보니 돌탑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다. 우리도 재미삼아 돌탑을 쌓고 그 자리에서 기도를 드려본다.

걷다 보니 땀이 난다. 옷을 하나씩 벗어서 허리에 두른다. 손에 든 생수를 마시며 아름다운 경관을 사진에 담아본다. 

범섬이 코 앞에서 자태를 뽐낸다. 날씨가 너무 좋아 멀리 수평선이 무척 아름답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앞에서는 제주 관광을 온 사람들이 바다를 만끽하고 있다. 

주변 노천카페에도 사람이 많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들과 오랜만에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아들은 연애 실패담, 마음에 들어서 고백했다가 차인 이야기 등을 주절주절 해댄다. 너무 준비 없이 술 먹고 고백했다가 퇴짜를 맞았단다. 다음에는 맨 정신에 멋있게 고백해 보겠단다. 젊을 때 연애도 많이 해 보는 게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해 줬다. 

올레길에 사람이 많다 보니 혼자서 걷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다음에는 아들이 없어도 혼자 도전해 볼 수 있는 코스다. 우리가 목표한 6000보를 달성하자 되돌아가기로 했다.
왔던 길을 다시 걸었지만 바다가 예쁘고 자연이 좋아 행복의 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들은 “우리는 너무 행복한 곳에서 살고 있다”며 좋아한다. 왼쪽으로는 한라산을,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보면서 내딛는 발걸음이 참 가볍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어느 새 유채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되돌아오는 길은 왠지 더 짧은 느낌이 들면서 금세 법환포구에 도착했다. 

법환포구에는 테우가 놓여 있다. 우리는 테우에 앉아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음미했다. 눈 앞으로는 한라산이 자리했고 저 멀리 우리 집도 보인다.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바로 답변이 온다. 작은 아들과 멋진 데이트를 즐기라고 한다.

우리의 작은 목표, 만보를 훌쩍 넘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싱싱한 횟감이 ‘나 좀 데려가 달라’고 하는 것 같다. 아들과 눈 맞춤으로 서로 오케이 사인을 하고 싱싱한 돔과 야채, 소주 한 병을 샀다. 
맛있는 밥과 함께 돔과 소주를 먹은 뒤 오후에 오수를 즐겼다. 일상의 행복이 천국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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