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창작공간 마련을 통해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해야
문화예술 창작공간 마련을 통해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2.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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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호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장

제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층위의 관심과 고민이 있다. 그 중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게 바로 공간의 구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예술 발전에서 이 것에 대한 논의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원도심 재생 사업 과정에서 문화예술공간 도입이 거론되는 것 역시 이러한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도심 활성화는 문화예술적 요소만이 아니라 상업적 측면과 주차공간, 도로 여건 등의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고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제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 먼저 고려돼야 하는 공간 차원의 구상은 무엇일까. 그 것은 바로 작품 활동의 근간이 되는 창작공간의 마련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공간은 작품의 양적·질적 수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시각예술을 하는 예술가에게 작품 창작을 위한 작업공간은 필수적이고 공연예술을 하는 예술가에게 공연 준비를 위한 연습공간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 및 공연 기획을 위한 구상과 논의를 할 별도의 공간 역시 필요하다. 

창작공간 마련을 위한 대안은 이미 많은 선례가 있다. 꼭 거창한 규모의 시설 또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신축 건물이 아니더라도 생각의 전환을 통해 유휴공간의 활용 또는 건설이 예정된 부지와 건물의 공간 지원을 시도하는 게 바로 그 대안이다. 

중국 베이징의 798예술구는 원래 군수공장지대였는데 베이징과 그 근방의 예술가가 몰려들면서 중국의 대표적 예술거리로 재탄생했다. 대만 역시 과거 양조장이었던 지역을 재개발해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를 만들었다. 비단 해외뿐만 아니라 지난해 청주에서 열린 201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버려진 담배공장을 탈바꿈한 공간을 전시 장소로 활용해 이목을 끌었다. 기존 공간에 대한 사고 전환, 접근과 활용이 유연할수록 공간으로부터 창출되는 창의성과 예술성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제주는 서두에 언급했던 대로 원도심 재생 사업을 통해 이러한 작업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도내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창작을 위한 공간 대여는 수요에 대한 공급이 원활해야만 한다. 그래야 문화예술인이 창작에 대한 의욕을 지속해서 펼쳐 나갈 수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서 지속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오등봉 공원과 중부 공원을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원은 개방적이고 사회적인 속성을 가진다. 이러한 공간적 함의를 가진 곳에 문화예술 시설이 들어선다면 그 문화적 파급력은 장기간에 걸쳐 매우 커질 것이다. 도시 재생 또는 빈 건물 임대를 통해 창작공간 활용을 모색하는 방법 외에도 이렇게 이미 건설이 예정된 부지에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인프라 시설을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중부 공원은 위치 상 도심에서 가깝고 또 한라도서관과 최근 기공식을 올린 제주문학관 등과의 접근성이 좋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용적률이나 건폐율에 위반되는 사항만 없다면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해 공원 내 공간을 활용하는 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도민을 위한 공간 환경의 구상에서 문화예술의 창작공간, 기획공간 등은 늘 전제되고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곳은 창작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나아가 문화향유권을 가진 도민에 의해 다목적 편의시설을 갖춘 생활예술공간으로 확장될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창작을 위한 인프라 시설이라고 하면 전시 작품 제작에 필요한 제작 도구, 공연 연습에 필요한 음향 및 조명, 소품 등 사실 상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갖춰진 공간을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선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지역예술의 활성화에는 행정 차원의 지원, 민간 차원의 다양한 시도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부 공원은 이 모든 여건을 수용할만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프라 시설이 잘 갖춰진 공간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적극적인 소통으로 정보 교류의 장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예술인과 더불어 일반인도 이에 쉽게 접근함으로써 문화로 하나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 것이 우리 제주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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