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X’
‘웃기는 X’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02.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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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가 제14대 국회의원(경기 구리시)을 마치고 서귀포시 보목리에 내려와 살 때다. 지역 사람들과 잘 어울렸는데 술 한잔 하며 이런 말을 했다.

“국회에 가 보니까 나보다 ‘웃기는 X’들이 너무 많더라. 그 웃기는 X들이 모두 개그맨이 되면 나는 어디가서 밥 벌어먹는단 말인가? 내 밥줄 떨어지기 전에 국회의원 더이상 안하기로 했어. 참 웃기는 세상이야….” 요즘 말로 이른 바 이주일 의원의 ‘불출마 배경’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자의반 타의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저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여당 의원이든 야당의원이든 불출마의 변이 거의다 ‘나라와 국민과 당을 위해서’란다. 이들의 ‘웃기는’ 불출마의 변을 들으면서 문득 우리 정치의 수준이 이주일씨에게도 한참 미치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웃기는 X’들이 많은 세상이다. 웃을 수 있게 웃기는 X들이 아니고 웃을 수 없게 웃기는 X라는 얘기다. 그러고보니 요즘 어딜 가나 웃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식당을 가도 그렇고 장터엘 가도 그렇다. 웃음은 혈액순환 및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시킨다.

정신적인 안정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웃는 사람들이 없다. 웃으면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면역력도 증강될텐데.

또 웃음은 ‘내적 조깅(internal jogging)’이라고해서 순환기를 깨끗이 하고 소화기관을 자극해서 혈압을 내려준다고 한다. 웃는 게 이처럼 좋다는 데 정작 웃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이 웃을 일이 적은 탓이다.

▲웃을 일이 없으면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한다. 우리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하므로 억지로 웃어도 90%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웃지 않냐고 하면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세상이 온통 비리와 불법과 탈법이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상식에 맞지 않는 짓을 하니 웃을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나 그런 사람 때문에 내 건강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이야말로 웃기는 일이 아닌가. 우리 국민은 현명하니까.

그런 사람들은 총선 심판에 맡겨 두고 우리는 최소한 내 건강이라도 챙겨야 한다. 얼굴을 쥐어짠 행주처럼 구기고 다녀봐야 나만 손해다. 웃기 어려울 수록 더 크게 웃어 보자.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가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고 했다.

웃음은 건강을 지키고 사회를 밝게 하고 일의 능률과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이 김영삼정권의 ‘5공잔당 척결’이 한창일 때 ‘우리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해서 정치판을 발칵 뒤짚어 놓았다.

그땐 1류가 없었을까. 이 회장은 2류, 3류, 4류를 말하고 “대통령의 개혁의지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제와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는 한 21세기에 우리가 앞서 나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방탄소년단에 이어 오스카상의 ‘기생충’으로 인해 한류가 세계 1류가 됐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는 4류를 맴돌고 있다. 정치판에는 ‘웃기는 X’가 너무 많고…. 지난 주 세계 최장수 할아버지로 기네스에 등재된 일본 와타나베 지테스(112세)씨는 장수의 비결이 ‘웃음’이라고 했다.

일소일소(一笑一少)란다. 정치가 3류라도 돼 국민이 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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