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를 채워주던 ‘구황식물’의 모든 것
허기를 채워주던 ‘구황식물’의 모든 것
  • 제주일보
  • 승인 2020.02.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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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황식물과 그 식용법(1944)

日 식물학자 하야시 야스하루 저자
851종 조선산 구황식물 등 수록
사약 재료 ‘천남성’ 식용법 눈길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 요리 관련 고서 수집가 서모란 소장) 표지.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 요리 관련 고서 수집가 서모란 소장) 표지.

한꺼번에 다량의 책이 책방에 들어올 땐 하나하나 어떻게 쓰일 건지 확인해 가며 정리하기 힘들다. 급한 대로 큰 범주를 정해서 일단 한 편에 쌓아 놓는다. 그렇게 쌓인 책들은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엔 점점 머릿속에서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경우는 특정한 분야의 책을 일부러 입수해 놓는 경우이다. 그 때는 어느 정도 그 책을 필요로 할 분야나 기관, 사람 등을 연상하면서 정리하기에 필요할 때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둔다. 물론 그것도 시간이 좀 지나면 어디 뒀는지 아리송해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 특정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모으는 분들이 책방을 찾을 때면 민망한 경우가 많다. ‘~ 찾으시는 책이 저희 책방에 있기는 한데~’하며 바로 보여드릴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긴 운이 좋은 경우엔 주변에서 더듬더듬 찾다가 금방 찾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손님이 찾는 바로 그 책이나 그와 비슷한 걸 찾아서 보여드리고, 그 책에 만족해하시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젠 찾기 힘든 자료를 입수했다가 그걸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제공한다는 헌책방 본연의 역할을 나름 수행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얼마 전 요리 관련 고서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손님이 방문했을 때도 그 분이 찾는 책은 아니었지만 전에 입수해 놓았던 관련 자료를 책 더미 속에서 찾아서 보여드렸다. 갖고 싶은 자료라고 만족해 하신다. 그 분야에 관심 없는 분들에겐 한낱 낡은 책 한 권이지만, 그 분에겐 좋은 자료인 게다. 책에는 다 임자가 있다.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 요리 관련 고서 수집가 서모란 소장) 본문 일부.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 요리 관련 고서 수집가 서모란 소장) 본문 일부.

그 낡은 책은 일본의 식물학자 하야시 야스하루(林泰治)가 지은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이다. 그는 조선총독부 임업시험장 기사(技師)로서 촉탁(囑託)이었던 우리나라 식물학의 개척자인 정태현(鄭台鉉, 1882~1971) 선생과 함께 현대적 의미의 우리나라 최초의 본초서라고 할 수 있는 조선산야생약용식물’(1936)조선산야생식용식물’(1943) 등을 함께 발표해서 우리나라 식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모두 851종의 조선산 구황식물을 수록하고, 조선의 농촌과 산촌에서 평소에도 식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본종 304개를 골라 사진(일부는 삽화)과 함께 기본적인 설명과 식용방법, 특수성분, 유사한 종류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구황방(救荒方)으로 후에 농촌진흥청에서 구황방 고문헌집성’(2)(휴먼컬처아리랑 2015)에 수록해 발간했으니 구황식물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책에는 다량의 전분을 함유하고 있기에 오랫동안 삶으면 먹을 수 있다’(38)는 설명과 함께 열여섯 번째로 수록된 식물이 있다. 우리 제주의 비자림이나 곶자왈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절대 만지지마세요’, ‘먹지마세요의 상징인 천남성(天南星). 독성이 너무 강해서 사약의 재료라는 그 독초의 식용법이 수록된 것이다. 너무나도 풍족한 먹거리를 자랑하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네 조상님들의 천남성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 요리 관련 고서 수집가 서모란 소장) 천남성 부분.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救荒植物と其の食用法)(東都書籍 1944. 요리 관련 고서 수집가 서모란 소장) 천남성 부분.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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