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몰랐나
이럴 줄 몰랐나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20.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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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하지만, 예상했던 일이 예상대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 비유하는 우리 속담도 한 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달이 둥글면 이지러지고 그릇이 차면 넘친다’는 속담일 것이다.

제주가 지금 어렵다.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영증) 사태’ 때문으로,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이 때문만은 아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더 큰 제주’를 지향하는 제주가 작아지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제주라는 거대 공동체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구성원의 수가 줄어든 다는 사실이다.

그 후유증은 이른바 ‘코로나19 사태’에 가려있을 뿐 내부적으로는 현재 진행형이다. 준공된 주택들이 남아도는 것은 둘째 치고 구성원들의 생활여건이 악화일로다.

좋게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속도다. 사회 구성원들이 적응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진행되면서 이른바 ‘시장교란’이 나온다.

제주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때문이다.

#2009년 12월 이후 첫 인구감소

지난달 제주를 떠난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많다.

8년 만에 순이동 인구(전입인구-전출인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순이동 인구도 2000명대로 주저앉으면서 ‘제주 이주행렬’이 막을 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게 현실이 된 것이다.

통계청 집계결과 지난달 제주지역 전입인구는 8627명, 전출인구는 8651명으로 24명이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월 기준 제주지역 인구가 순유출된 것은 2011년 12월(-12명) 이후 처음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제주살이’ ‘제주 이민’이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았다. 이주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제주바람’ 불기시작 한 2010년부터 제주로의 유입인구가 유출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해 2016년 제주의 순이동 인구는 1만463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급격한 내리막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제주 인구자체가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사이트에 공개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제주인구(외국인 제외)는 67만749명으로, 지난해 12월 67만989명과 비교해 240명 줄었다. 제주인구가 월별 조사에서 감소한 것은 200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인구절벽’이란 말이 나오게 된 출발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 찾을 때

왜 잘나가던 제주가 작아지는가.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어지겠지만, 인구유입이 정점을 찍던 2016년을 전후로 나타난 전국 1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과열의 결과물이다.

주택 마련 비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인구 증가로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교통혼잡과 주차난, 일자리 부족,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훼손과 주민갈등 등이 하루도 쉼 없이 이어진다. ‘제주매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도시에 있어서 인구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제주에서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이 떠난다는 것은 인구 감소를 넘어 미래 세대의 감소로 제주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가 제주의 모든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할 문제일 뿐 그 너머에서 옅어지는 ‘제주의 매력’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속담처럼 ‘제주의 매력’ 또한 영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제주의 매력은 노력하게 따라서는 얼마든지 더 키우고 이어갈 수 있다. 그 길은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구체적으로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다.

그 길을 찾아 떠날 때가 지금이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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